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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Paul May 25. 2022

드디어 내 책

후다닥 적어보는 소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가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빵 이야기가 책이 되는 날이 오다니. 혼자 끄적거린 브런치 글을 보고 처음 출판사에서 연락을 주셨을 때는 정말인가 의심했는데, 사실 계약서를 쓸 때까지도 출판사에서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우리가 착각했어요. 없던 일로 합시다."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왜 제 이야기를 고르셨어요?" 라고 편집자님께 물었더니 우당탕탕 이야기가 좋았다고 했던 것 같다. 취미란 게 원래 멋진 일보다 사고 치고 서툴게 허둥대는 게 많은 법인데 그런 걸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편집자님과 약속을 잡고 동생에게만 슬쩍 소식을 전했더니 당부의 말을 했다.


"맹하게 보이지 않도록 똑바로 말하고 와."


처음 편집자님과의 만남에서 거의 한 시간 넘게 빵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어댔는데 재밌다며 워낙 즐겁게 들어주시는 바람에 더 신이 나서 떠들었다. (저 무척 낯가리는 I인데요.) 헤어지면서 주임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책에 써주세요"라고 하시기에 "그런데 주임님께서 재밌게 들어주셔서 제가 신이 났는데 제 이야기가 원래 재미있는 건지 편집자님이 재밌게 들어주신 건지 헷갈려요."라고 했다. 원래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는 비즈니스 미소를 장착하는 것이 직장인이니까. (아무래도 점점 깊어지는 의심은 동생에게 배운 것 같다.) 암튼 첫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의심은 원고 작업 내내 이어졌다. (다른 작가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내 글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지 궁금하다.) 나는 끝내 내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주로 괴로워하다가 가끔 편집자님의 격려에 살짝 어깨를 펴고 작업을 이어갔다. 개인적인 여러 사정으로 원고 작업이 훠어어어어얼씬 기이이이일어져서 그 시간이 일 년 반 만이나 걸려버렸다. 책을 쓰는 과정의 이야기는 기록용으로 따로 정리를 해야겠다.


마침내 책이 나왔는데 아직 어리벙벙한 기분이다. 나는 뭐든 느린 편이니까 한 달쯤 지나서 갑자기 벅차오르고 그런 거 아닌지. 주변에 책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것도 쑥스러웠지만 오늘 무려 한 시간 반 차를 몰고 가장 먼저 축하해주겠다고 버섯머리가 다녀갔다. 기분이 어때? 하고 물었는데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금의 기분은 정말 잘 모르겠다. 다만 디자인 시안을 받을 때 표지 안쪽에 편집자님 이름부터 수고하신 출판사 직원 분들의 이름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수고한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과 부담이 마음에 사악 내려와 앉았다.


오늘 집에 가면 실물 책을 받아볼 수 있을 텐데, 손에 잡으면 어떤 기분일지. 처음 제 글을 보고 연락 주셨던 편집자님(중간에 퇴사를 하셨다.), 이후 모든 작업 중 저를 참아주시고 도닥거려주시고 마무리 지어주신 편집자님과 수고해주신 출판사 직원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대학생 때, 마흔이 되면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가지고 싶다는 소원을 말했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될 줄이야. (하나님 감사합니다.)


암튼, 내 이름을 입힌 책이 오늘 세상에 나왔다. 아.... 떨리고 긴장돼.

혹시 브런치에 놀러 오시는 분들 중 관심 있으신 분들은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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