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서 교사 생활하기
글쓴이 :경기도 임곡중 체육교사 권윤지
임용을 준비하기 전부터 역마살 가득한 나는 해외살이에 대한 한이 있던 사람이었다.
교환학생을 가려고 토플도 준비해보고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등 할 수 있는 모든 다양한 해외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대학을 스트레이트로 졸업하고 노량진에서 고시생으로 임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체육 임용 티오(T/O)가 급격히 치솟던 때라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는 여론(?)이 있었음)
도전하고 부딪히며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때 행복감을 느끼는 난 그 당시 나의 모습을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다. 고민해서 선택한 내 길이지만 마음속에 해외 생활에 대해 아쉬움과 갈증이 있던 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임고생 시절에 재외한국학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심장이 뛰었다. 언젠가 이곳에 꼭 근무하리라.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가 하나 추가되었다.
하노이한국국제학교 생활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출근하면 한국, 퇴근하면 하노이'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한국에서의 업무와 거의 다른 건 없다. 그래서 가끔 출근하면 여기가 한국인지 하노이인지 싶기도 하다!
주변 지인들을 비롯해서 심지어 교사 친구들도 재외한국학교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주로 많이 받는 질문으로는 다음과 같다.
“한국 학생들 가르치는거야?”
“영어로 수업해?”
“너 교사 때려친거야? 갑자기 외국?”
지금은 전자문서시스템이 도입되었지만 내가 처음 하노이에 왔을 때만 해도 결재판을 들고 관리자를 찾아가 구두 보고로 직접 수기 결재를 받고, 직접 바인더에 결재 받은 기안문들의 문서 번호를 따서 보관해 두어야 했다. 신선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 학교 재학생의 가장 큰 비중은 한-한 학생들이며 그다음이 한-베 다문화 가정 학생, 간혹 드물게 베-베 외국인 학생도 있다. 매년 한-베 학생들의 입학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 내가 바라본 우리 학교가 한국의 학교와는 다른 특별한 점
- 초·중·고 학교급이 함께 있어 초등 선생님들과 함께 근무해 보는 경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
- 직접 청소해 주시는 청소 용역 전문 업체가 직접 청소를 해주셔서 교실 관리가 수월함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중-고 같은 학교에 그대로 다니기 때문에 무척 친함(장점이자 단점)
- 하노이 전 지역에서 학생들이 스쿨 버스를 타고 등교함
-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함
- 불필요한 외부 공문이 비교적 없음
- 국제학교다 보니 다양한 국적의 교직원과 함께 근무함
- 전국팔도 교육청에서 모인 선생님들과 함께 근무하게 됨
(업무 처리 방식의 다양함)
- 교내 교직원 동아리 및 연수가 활발함
(선생님들과 직장동료이자 해외살이 동지가 됨)
- 무더운 날씨
(굉장히 높은 습도, 스콜성 기후로 운동장 수업이 어려움)
- 한 학기에 한 번씩 학교에서 전교생에게 구충제를 배부함
- 학생 대부분이 무척 적극적이고 다양한 교내 활동에 왕성하게 참여함
- 거의 모든 학생이
체육을 좋아함, 체육을 좋아함, 체육을 좋아함!
* 하노이 라이프의 장단점
- 저렴한 물가와 인건비로 생활이 무척 편리해짐!
- 해외에서 사업, 주재원, 자영업 등 정말 다양한 사람을 알게 되며 시야가 넓어짐
- 한국에서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음
- 바퀴벌레, 쥐, 도마뱀 등과 함께 살게 됨
-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애틋해짐(?)
- 대기오염이 심각한 편이라 우중충한 날씨인 경우가 대부분
- 헬스장, 수영장 딸린 아파트에 살며 여유로운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음
- 물가에 비해 월세가 비싼 편임
- 살짝 비위생적인 생활을 즐기며 면역이 튼튼해졌는지
인도, 인근 동남아 국가를 여행해도 위장이 멀쩡함
아이들을 사랑하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내가 다른 교사들보다 뛰어난 스펙과 수업 전문성을 가진 건 아니다…. 조금 겸손하게 이야기하자면 타이밍 좋게 내가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이밍이 좋아도 생각만 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무모하게 도전해도 시기가 좋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아쉬운 결과가 따를 수 있다.
나도 한 번에 합격한 건 아니다.
임용도 재수, 재외학교도 재수한 재수 경력자다! ㅎㅎ
21년도에 호치민한국국제학교에 지원했다가 광탈했다.
그다음 해에 이번엔 하노이에 티오가 생겨 또다시 교장실에 추천서를 부탁드리러 찾아갔다.
여간 민망했던 게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나의 간절함을 관리자 분께서 알아주셨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다. 누구보다 내가 진심으로 이 학교에 근무하고 싶어서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걸 아셨고, 또 감사하게도 나이 차 많은 동료 교사들과도 잘 어우러져 지내며 솔선수범했던 모습들을 매우 좋게 보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면접을 봤을 때 이런 면접 질문이 있었다. 학교 시설이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무척 협소한데 어떻게 체육 수업할 것이며 이런 경험이 있는지. 우리 학교는 시설만 본다면 훌륭한 편이지만 워낙 학생 수가 많고 초·중·고 학교급이 함께 있으므로 이를 함께 공유하고 배려해서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동남아 기후 특성상 4~9월에는 무척 덥고 운동장 사용에도 무리가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체육 수업에 대한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다.
나는 한국에서도 한 번도 체육관이 있는 학교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없다. 있어봤자 소강당 정도였는데 거의 사용해 본 적이 없으며 1년 내내 운동장 수업, 그리고 심지어 신규 발령 학교에서는 운동장 하나를 다섯 명의 체육 교사가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덕분에 정말 많은 교과협의회가 필요했으며 선배 교사들의 수업을 바로 옆에서 자연스럽게 참관할 수 있었고, 또 동학년 수업의 경우 함께 팀티칭을 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때 배운 노하우들을 이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주어진 상황에 불평만 하지 않고 최대한 적극 활용해보려 했다. 이런 긍정적인 면이 나를 뽑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중등 체육 교사 중 여자 체육 교사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KISH의 최초의 여자 체육 교사라는 자부심이 생겼다.
그와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이 학생들에게 여자 체육 교사로서 좋은 롤모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여자 체육 교사가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비춰질 내 모습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체육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신체활동의 기회가 남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방과후 여학생스포츠반을 개설하는 등 최대한 다양한 체육 활동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흥미와 적성을 찾아주고 싶었다. 사제동행 축구 경기에서 열심히 뛰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ㅠ 달림)
또,,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그다음 내 빈자리에 여자 체육 교사로 채워질 지가 결정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므로 성별과 관계없이 '체육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내 능력을 보여주고 발휘하려 노력했다.
누구보다 하노이에서의 해외 라이프도, 학교생활도 정말 후회 없이 보냈다! 3년 동안 나를 성장시켜주고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주고, 날 행복하게 해주었던 하노이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