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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펑예 Dec 10. 2024

우리 지금 만나

12월 4일,


"대통령이 계엄 선포했대."


동생에게서 문자 받았을 때가 꽤 빠른 시간이었는지 네이버를 뒤져도 이름 모를 언론사에서 속보 하나 뜬 게 다길래 가짜뉴스 아냐 했는데. 조금 있으려니 단톡방과 TV가 시끌시끌했고 심지어 우리 집 상공으로 줄지어 헬기가 지나갔다.


와, 미쳤다.


그 말밖에 안 나왔다. 이거 호러 영화도 아니고, 다 끝장 난 알았던 것이 우리 현실에 발 붙인다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영화 <파묘> 등이 어른거리며 우리가 끝끝내 태워 죽이지 못한 망령이 아직도 이승에서 힘을 펼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도심에 장갑차 모습이 보이고 군인들이 국회 문을 부수고 있을 때는 진짜 소름이 끼쳤고 문자로 8시 통금, 해외 출국 금지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우리더러 죽으란 이야기네 싶었다. 다행히 말도 안 되는 일은 말도 안 된다로 일단락 지어졌다. 전두엽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한 그 자가(이제는 대통령으로 부르기엔 어폐가 있기에) 그리 똑똑하지 않은 게 국민으로선 다행한 일이었다. 공부머리와 상식머리는 별개라는 것을 실감했다. 앞으로 대통령은 EQ 테스트를 필수로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하지만 살인미수가 해프닝이 될 수 있겠나.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아침을 맞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밥을 먹지만 4일 이전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다. 일상의 공기가 훼손됐다. 라디오 채널을 재미있는 사연이나 기분 전환을 위한 음악보단 자꾸만 뉴스 쪽으로 돌리게 된다. 듣기 싫은데 듣게 된다. 웃고 시시덕거리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구멍이 난 듯 한기가 든다.


그러다 사촌 언니의 부고를 들었다. 환갑이 좀 안 된 나이로 둘째 이모의 큰 딸이다. 안 본 지는 꽤 되었고 가끔 이모를 통해 소식만 들었다. 자식 둘은 벌써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했다.

언니는 여든이 넘은 홀어머니와 자식들을 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언니가 살아갈 힘이 없는 상태였던 걸 전혀 몰라 충격이 컸다. 우울증이었을까. 우울증은 이제 암처럼 너무나 친근한 질병이 되었다. 그리고 암보다 치명적인 병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멀쩡해 보인다. 별일 없이 잘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 속은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다.


별일 없다는 듯 반짝이고 있는 연말의 도심 풍경. 연말은 어째 쓸쓸하고 울적해지는 그 기분을 지우려고 더 화려하게 보내려는 듯하다.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별일 있는 우리의 상태 같다.

그러니, 안간힘을 쓰고 더 모여야 할 것 같다. 의욕 없음 시간 없음을 물리치고 만나고 모여서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밖에 달랠 길이 없다. 내 결론은 그렇다. 전화나 또 돌려보련다.




BGM_우리지금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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