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지나간 일기로 때울게요
아주 짠한 어느 날의 글 하나 올려본다.
새벽에 눈을 떠서는 곧장 울적해지고 말았다.
문틈으로 보이는 불빛 그리고 날카롭고 불쾌한 통증. 인후통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J도 여태 오지 않았다는 의미.
아마도 통계상 J는 차속에서 잠이 들었을 테지만 그렇다고 불쾌함이 가시는 건 아니다. 다행히 고망이는 약간의 기침은 했지만 잘 잠든 상태다.
늘 기를 꺾는 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체되거나 악화됨은 나를 쉽게 절망케 한다.
어린이집보다는 당장 놀이터에 가고 싶어 동네가 떠나가도록 우는 고망이를 등원시키고 동네 사랑방 카페에 J와 마주 앉아서는 엉엉 울기까지 했다.
올 상반기가 온통 감기, 감기, 감기로 잠식된 듯했고 나는 퇴물 경주마처럼 초라하게 늙어버린 기분이었다. 고작 감기지만 감기에 죽는 사람도 있으니까. 늙고 병들고 약해져 간다는 실감은 참 절망스러웠다.
작고 근력도 하나 없는 데다 말도 못하며 심성까지 여리지만 적의 약점을 단숨에 파악해 찌를 줄 아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 봇지를 만든 데스파처럼 고망이를 키워야 하는데. 데스파 같은 마법사에 가까운 능력자가 아니라도 최소한 그 모든 길을 만들고 지지하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카게는 돼야겠는데 말이다...
2023년 5월 16일
23년 고망이의 얼집 입소와 함께 감기를 달고 살던 시절의 일기다. 몸이 후들거리니 마음도 아주 휘청거렸다. 게다가 고망이의 발달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고. 어쩌면 이때까지도 코로나블루가 이어졌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봇지, 데스파, 카게... 무슨 애니메이션을 본 건 확실한데, 뭐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