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넘어 과제
"어머니 공유가 너무 안 되네요. 다 자기 꺼래요. 너무 강해요."
이번 주 놀이치료 수업 선생님의 피드백. 뭐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것이 친구와의 놀이를 막는 고망이의 고질적인 허들이기도 하고.
친구와 어려움 없이 소통하고 노는 것, 이 자연스럽고 쉬워 보이는 목표가 고망이와(저는 별 생각이 없겠지만;) 나의 지상 최대 목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상대가 싫은 것을 안 해야 하고 2)내 의사를 부드럽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고 3)물건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간의 노력과 단체생활로 상대가 싫어할 만한 행동은 인지해서 되도록 안 하고 자신의 의사를 적절히 (그리 강하지 않게) 부드럽게 표현할 때도 있다. 하지만 관심 있는 것에 대해서 3번 만은 절대 안 된다. 저기는 거의 철옹성이다.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때는 가족,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엄마한테도 '절대' 나누지 않는다. 한 입도 안 주고 밀쳐내며 심지어 "구경만 하세요"라고 매몰차게 얘기한다. 어디서 저런 싹퉁머리 없어 보이는 표현을 배운 건지 모르겠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 최애 과자인 바나나킥을 먹을 때는 차마 먹지 말라고는 못해선지 친구가 한눈 판 사이 다 먹어치워 버리는 만행으로 대신했다.(-_-;)
놀잇감은 더 심하다. 자기 물건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그냥 눈앞에 재밌어 보이는 게 있으면 다 움켜쥔다. 다 내 것이고 다른 사람은 만져서도 안 된다. 그런 타고난 고집/욕심쟁이 성향에 외동이라는 환경까지 더해져 4년이 흘렀으니 철옹성이 돼버린 것이다. 양가 통틀어 하나밖에 없는 아이고 어리니까 그럴 수 있지 싶어 어른들은 그걸 딱히 터치하지 않고 맞춰줬다. 나조차도 다른 부분에서 잡아야 할 것도 많으니 그것까지는 피곤해서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형이 있는 친구네 집에 가서 형의 물건도 자기 꺼라고 되려 못 만지게 해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지만 보통 어른들은 동생이라고 고망이 편만 들었다. 결국 오냐오냐 키운 외동아들이 돼버린 건가.
놀이치료 선생님은 전혀 공유하지 않으려는 완강한 행동과 더불어 그것을 저지했을 때 나오는 울고불고하는 1차원적 행동들이 친구들과 노는 데 큰 장벽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공감했다. 이렇게 해서 명확한 과제가 또 떠오르네. 바로 "울고불고를 견디며 철옹성 부수기". 과연 첫사랑 트러블만큼 빨리 변화할까 아니면 기저귀 떼기만큼 장기 프로젝트가 될까.
네 돌을 맞고 새해가 되었지만 우리를 둘러싼 대기가 오늘의 날씨만큼이나 회색빛이다. 사회적으로도 혼란스럽고 비극적인 사건의 여운도 계속 감돈다. 게다가 나를 업다운시키는 고망이의 성장 모습까지 희망적인 징후보다는 불안한 요소들이 혼재한다.
이럴 때일수록 조급함을 떨쳐내자고 스스로를 타일러 본다. 금방은 아니지만 천천히 분명히 좋아질 거야,라고. 물론 속도를 높여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조급한 마음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일을 그르치게 하거나 나를 나가떨어지게 만들 거다. 각자의 성향에 맞는 방식이 있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인생이 고비고비마다 내게 준 교훈이 있다.
'자만하지 말고 낙담하지도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