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차를 발행할 수 있었던 스스로에게 격려를
밖으로 뛰쳐나왔다.
사랑스런 눈이 흩날리는구나,가 아니다. 바람이 꽤 찼다. 모자가 달린 롱패딩을 입고 나오길 잘했다.
간만에 우리 세 식구가 오전부터 집에 함께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내심 기뻤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망각했던 것이다. 그런 날은 쉽게 지치고 싸우는 일이 많다는 걸.
고망이는 밥도 잘 먹었는데 쉴새없이 보채기 시작했다. 그렇게 놀아줬겄만 뭐가 부족해 논스톱 주문이다. TV 보여달라기에 얼른 틀어줬건만 그것마저도 이거 돌려라 저거 돌려라 했다. 그와중에 리모콘이 안 먹혀 들여다보는데 전혀 기다리지 못하고 짜증이다. 설상가상 J는 이불을 둘러쓰고 잠들었다. 피곤하겠지 싶어 내버려뒀는데 점점 것도 부아가 치밀었다.
결국 J를 깨워 SOS를 치고 방에 멍하니 누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망이가 방문을 두드리며 일어나라고 난리. 빤한 집에선 숨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 나온 것이다. 찬 바람 쐬고 걷다 카페에 들어와 평소 잘 주문하지 않는 휘핑크림 올린 돌체라떼를 벌컥벌컥 마셨다. 아~ 혼자 있을 수 있어 숨통이 잠깐 트였다.
이럴 땐 싱글의 삶이 참 그립다. 결혼에 이어 육아라는 코스로 오니 더 그렇다. 나 하나에 충실했던 아름다운 시절. 악기 연습하고 공연보고, 욱하면 어디든 시간 내어 떠나고 하루종일 누워서 비오는 소리 듣고, 오밤중에 재즈클럽 가고 혼자서 템플스테이하러 떠났던, 필 받으면 생각한 바를 쉽게 실행에 옮겼던 시절. 이제 다시 돌아오기 힘든 시간이 되었다.
그렇다고 결혼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런 결정을 했겠다 싶을 정도로 그때는 확신했다. 솔직히 '이 사람이다' 싶었다기보다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겠다!'는 기분이었다.
그때 친구 하나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냐기에 이런 말을 불쑥했던 기억이 난다. "단편 소설이 아닌 장편 소설을 쓰고 싶달까? 연애에 관심이 없어, 이제."
그건 순전히 직관에 의한 판단이라 누구에게 이성적으로 설명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주변 비/미혼들에게 결혼을 권하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냉정히 말해 결혼은 '대체로' 여자들에게는 손해잖나. 본인 커리어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자유를 제한받는 일은 많은 반면 취미에도 없는 가사, 육아에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현모양처라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스라이팅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고.
경제적으로 관계적으로 건강적으로 관리만 잘한다면, 싱글라이프는 괜찮아보인다. 근데 이 전제가 중요하다. 관리에 실패하고 50대에 인생이 망했다고 판단되는 싱글들이 몇 있다. 근데 다 남성이다. 그래서 관리, 케어라는 영역은 여성들에게 선후천적으로 특화된 면이 확실히 있다고 본다.
여하튼 싱글라이프든 메리드라이프든 자기 인생에 소신과 성찰을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것이 낫다할 수 없는, 삶의 형태일 뿐이다.
이번 회차도 포기할 뻔했는데 자동연상기술로 써버렸다. 일관된 주제나 논리를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건 그렇고 이대로 카페를 나가 기억이 상실된 사람처럼 차를 잡아타고 어딘가로 떠나버리면 어떨까. 싱글이었을 때의 나처럼. 흩날리는 눈은 그런 망상들을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한다.
핫케이크나 싸들고 돌아가야겠다. 숨을 곳 없는 우리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