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설렘
기다림이었다. 봄, 가을로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도 보름 남짓.
금왕돈까스에서 밥을 먹거나 쌍다리 기사식당에서 돼지불백을 주로 먹었다. 가끔은 성북동국시집에서 국수를 먹고 천천히 걷기도 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겨우 입구에 다다르면, 항상 붓 글씨로 써진 주제가 빨간 벽돌에 붙어 있었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사람이 없어 바로 마당까지 갈 수 있는 날도 있었다. 신윤복의 그림이 꽤 많았다. 김홍도 그림도 있었고 교과서에서나 보던 진경산수화도 있었다. 좋은 글씨도 있었지만 잘 읽어내지는 못했고, 도자기는 많이 전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창 미술에 빠져있던 시절, 미술관에 아침 일찍 야구 모자에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가는것을 좋아했지만 간송미술관에는 한 번도 그렇게 간 적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그냥 보고 오는게 아까워서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도 사서 읽었다. 십년 쯤 지나고 나니 책이 옛 그림처럼 노래졌다.
어떤 기다림은 "원망"이라는 단어로 바뀌고 어떤 기다림은 "설렘"이란 단어로 바뀌곤 하는데, 언제나 "설렘"으로 바뀌던 기다림이 사그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