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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u Mar 26. 2017

오페라 첫나들이: 장르에 대한 고찰 (본편)

오페라 [투란도트] 라이브 영상 리뷰

이제는 오페라도 더욱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뿐 아니라 유명한 오페라, 뮤지컬, 클래식 공연 등을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시대라니!


이를 왜 진작에 몰랐나 싶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공연 프로그램을 알고 있는 듯했다.


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관람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메가박스에서 영화관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MetOpera Live On Screen in Cinemas: 투란도트]를 보고 왔다.




오페라에 대한 편견 깨기 – 뮤지컬도 그랬던 처럼!

 

사실 오페라는 이때까지 내가 제대로 접한 적이 없었고, 그저 뮤지컬보다 어려운 장르라고 추상적으로 어렴풋이 생각만 해왔던 공연 장르다. 문화적 경험,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나였지만 오페라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었다.

 

결론은, 역시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실제 경험하는 것이 좋은 듯. 오늘부터 내가 볼 공연 리스트에는 오페라가 거침없이 추가될 것 같다!


왠지 뮤지컬을 처음 보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오늘과 비슷하게, 새로운 공연 장르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문화인이 된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때의 “감격”은 어땠었지?


언제였더라… 2009년 꼬꼬마 학창 시절 생애 최초 엄마와 함께 코엑스로 “지킬앤하이드”를보러갔을 때는 자의가 아니었었고…


아마 불과 2년 전인 2014년, 생애 최초 “나 스스로 보고 싶어” 뮤지컬을 보러 갔던 것 같다.


친한 대학교 후배가 당시 공연 아카데미에 다녔었는데, 뮤지컬 고스트 티켓을 할인 가격에 구할 수 있다고 해서 보러 갔었다. 아마 "고스트"의 국내 라이선스 공연 첫 해(?) 였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다.


아 뮤지컬이 이런 거였구나, 영화 말고 라이브 공연으로 보는 스토리텔링이란 이러한 연출과 감동이 가능하구나, 이러한 감격에 휩싸였던 것 같다. 몰랐던 문화 세상에 눈을 뜬 그 느낌. 그 뒤로 천천히 뮤지컬의 세계로 더욱 빨려 들어갔다는 나의 2년 전 이야기.


오늘도 비슷했다. 익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오페라 보는 것을 미뤄왔던 내가 얼마나 편협적인 문화인이었는지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오페라는 뮤지컬보다 그 스케일이 더 웅장하고, 노래에 좀 더 전문적인 성악가들이 배우로서 쉴 새 없이 클래식 노트를 통해 대화하는, 문화의 정통이 보다 굵게 흐르는 장르였다.


마냥 지루할 것으로 상상했던 내 생각은 빗나갔다.


영화관 상영용으로 카메라가 클로즈업 한 배우들의 모습, 무대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어서 그랬는지, 자막과 함께 봐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스토리도 명확했고 - 오히려 뮤지컬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다소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있었다- 무대의 규모, 화려함, 배우와 앙상블의 강렬한 노래까지 지루할 틈이 1초도 없었다. (그러나... 정말 솔직히 얘기하면 내가 가장 좋아했던 2막의 수수께끼 풀이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은 중간에 아주 쪼끔 늘어지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워낙 대작을 첫 작품으로 봤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 공연이 아닌 편집이 된 자막 영상물로, 스크린에서 업계 전문가와 배우들의 해석과 인터뷰까지 더해진 버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무리 없이 소화하고 좋은 인상을 받았을 순 있다고 본다.


더 상세히 서술하자면: 각 막이 끝난 후 무대 뒷 상황을 Live로 보는 것, 실제 공연 중인 배우를 인터뷰하는 것, 오페라 공연의 오퍼레이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고 담당자 인터뷰하는 것 등등 내가 기본적으로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공연계 내막을 쏙쏙 보여줘서 재미가 더 쏠쏠했다. Met Opera의 광고 목적도 분명히 있긴 했지만 minor 하게 느껴졌다.


오페라 입문용으로는 매우 좋은 선택을 했던 것 같다는 결론이다!




뮤지컬 vs. 오페라?


뮤지컬 대비 오페라가 좀 더 소위 “high class” 또는 “THE classic” 장르라고 들었었는데, 그 이유가 뭔지는 알 것 같았다. (두 장르에 대한 공부는 필요하지만, 일단 내 생각대로 아래에 적어본다.)


[음악 / 배우]


내가 알기론 오페라가 좀 더 이전부터 시작해 역사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뮤지컬은 오페라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피크를 지날 때쯤 대중들이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버전으로 나타난 twigged 장르다. 덕분에 오페라는 우리가 음악시간에 배웠었던 정통 클래식 음악들이 나오는 반면, 뮤지컬은 대중적인 20세기 현대 음악 (팝, 락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도 다를 수밖에.

오페라의 클래식 음악 기반 노래로 이루어진 대사들은 그러한 노트를 오르내릴 수 클래식 성악가들이 소화할 수 있고, 뮤지컬은 그보다는 덜 “성악”적인 음악 전공자 또는 가수들까지도 소화 가능하다. (Or vice versa, 거꾸로 그러한 배우들을 염두하고 음악을 썼을지도?)


즉, 오페라가 좀 더 “전문적”이랄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푸치니가 소프라노들을 선호한 덕분에 [투란도트]가 기존 오페라보다는 특별히 더고음에 대한 성악적 기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말 오페라에서의 노래는 감동이다. “어떻게 저러한 클래식 성악을 무대 위에서 연기하면서, 이동하면서 저렇게 부를 수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당연히 뮤지컬 배우들도 너무너무 잘하지만, 클래식 성악의 영역을 소화한다는 의미에서^^)


[스토리]


그리고 또 하나, 오페라의 플롯이 뮤지컬 대비 좀 더 순수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순수하다는 것의 의미를 구체화하면, 1) 간단하고 직관적인 스토리 및 단편적인 인물, 2) direct 한 표현, 연출, 대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1) 간단하고 직관적인 스토리 / 단편적인 인물


아직 [투란도트] 한편 가지고 이 비교를 한다는 것이 무리인 것은 맞지만, 오페라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할 것 같다는 나의 상상과 편견을 깨고 [투란도트]의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얼음처럼 차가운 투란도트 공주가 열정을 다해 투란도트만을 원하고 사랑하는 칼리프 왕자의 구애를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그러한 스토리.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 많지 않고, 그들 간의 관계도 명확해서 내용의 이해가 매우 쉬운 편이다. 이러한 단순한 스토리를 3시간짜리 공연으로 만든 푸치니가 진짜 대단하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도 나와 부모님은 오페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투란도트]의 내용을 미리 리뷰하고 갔다. 이것이 “다행”인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 대로 플롯과 인물 관계가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만약 리뷰를 보지 않고 갔으면 공연의 큰 구조나 작은 디테일을 보지 못하고 공연 스토리 이해에 너무 집중하게 되어, 결국 단순한 스토리에 ‘에게 이게 뭐야? 오페라가 이런 거밖에 안 되는 거였어?’라는 식의 실망을 하게 되는 약간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야기되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플롯으로 리뷰를 하고 가지 않아도 이해를 할 수는 있지만, “스토리”가 아닌 “공연 전체”를 오롯이 감상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오페라 입문자에게는 공연을 보기 전 내용을 파악하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2) Direct 한 표현 / 연출 / 대사


오페라의 순수성은 극의 연출, 대사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비주얼 연출은 예를 들어: 


a. 한없이 차가운 투란도트를 표현하기 위한 치켜세운 진한 눈 화장과 얼음 색깔의 화려한 의상

(여기에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좀 clarify 해야겠다. Met Opera 측에서 공연 연출을 위해 중국의 경극을 참고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화장과 의상은 색상과 장식이 좀 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도 오페라가 그만큼 연출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flexibility 있는 장르라는 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페라는 기획/연출자의 순수성을 담을 수 있다랄까?)


b. 칼리프와 류의 순수성, 진실성이 돋보이는 no-경극 스타일-메이크업

(너무 그냥 서양인 열굴 그대로여서 아시아 쪽 보다는 그냥 유럽인 같은 느낌이 있기는 했다.)


c. 그리고 “여기는 중국입니다!”라는 1900년대 초 푸치니 포함 서양인이 바라본 시각에서의 중국 황궁과 사람들의 이미지를 여실 없이 보여준다.

(사실 과거 서양인의 상상 속 동양과 합쳐진 중국이었기에 판타지 같은 느낌이 강했고, 실제 중국의 건물 양식, 옷매무새, 황실 문화 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게 묘사되었지만, 그러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자체가 이 얼마나 투명하게 철저히 서양적인 시각을 가감 없이 반영한 수수함의 표현인가!)


글을 작성하다 보니, 사실 [투란도트]에만 국한된 이야기를 오페라의 성격으로 뭔가 성급한 일반화를 범한 것 같기는 하다… 좀 더 공부하고 수정할 것이 있으면 하고, 내 오페라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겠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오페라에 있어서는 아직 beginner이니까…


대사 역시 순수함 그 자체다: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가장 진실되게 표현하기 위해 쓰는 칼리프와 류의 언어는 시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추상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순수하고 어떻게 보면 그 추상성 자체가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꿈을 꾸는 듯한, 현실이 아닌 듯한 그러한 느낌일 테니.




그래서...


만약 [투란도트]의 노래 가사들을 뮤지컬에서 그대로 차용한다면?

단순한 내용 구도와 인물 관계를 그대로 뮤지컬에 적용한다면?


아마 관객 들은 스토리가 시시하다고, 가사가 투박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매우 실망할지도 모른다.

뮤지컬은 좀 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이고, 현대인이 익숙한 이성적인 언어와 스토리를 다루기 때문에 기대하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오페라는?

현대인들에 익숙하진 않지만, 정통이기에 투박하지만 순수한 스토리, 연출, 대사 등 오페라 장르의 특징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관객이 존재할 때 공연-관객 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듯, 그러한 “옛날의 순수함”을 간직한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우리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문화적 매개체임을 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이건 아마 처음으로 적는 오페라의 단점 또는 보완점? 일 것 같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


이해는 간다, 노래 실력이 최우선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을.

클래식 음악에 맞춰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이어가려면 이건 분명 성악가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심지어 배우들 중 이탈리아 출신은 거의 없으므로 감정 몰입도나 대사 context 해석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본 [투란도트]의 경우,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나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긴 했다.

Met Opera의 오페라 시장 내 평가 등을 꼼꼼히 더 알아보긴 해야겠지만, 이렇게 오페라가 드문 한국 시장에 영화관 상영물로 이름을 걸고 유통할 정도면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는 오페라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공연장이 아닐까 싶은데… 배우들의 연기력은 많이 부족했다.


아무리 노래 중심이라고 하지만,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뮤지컬에 비해서는 관중과의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배우 자신들이 극에 몰입되지 않는 것이 보일 정도이면 좀 그런 게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오페라가 원래부터 얼굴 연기가 아닌 노래 안의 대사 연기로 승부하는 것일까?


나 스스로가 클래식 음악을 워낙 안 듣고 이탈리아어도 못하다 보니 노래에 어떤 감정이 들어가 있는 것인지 나 자신이 구분을 못해 이러한 감상을 남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무튼 얼굴 연기는 개선이 필요했다.


(그리고 잔인한 이야기지만 웬만하면 배우들의 비주얼도 감안하여 배역에 맡게 리쿠르팅하면 좋을 텐데... 아니면 오페라는 진정 배우들의 비주얼, 얼굴 연기보다는 무대 비주얼과 음악에 집중해야 하는 장르인 것인가? 오페라 공부가 절실함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공연에서 역을 맡았던 여배우가 눈에 띄었다. (=아니타 하르티히!!)

온전히 성악가로서의 성공은 어떨지 모르나, “오페라 배우”로서의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배우들이 연기를 많이 못해 상대적으로 더 잘하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이를 차치하고도 그녀의 연기 몰입도는 특히 죽기 전 마지막 아리아 부분에서 최고조를 이루었고, 내 마음을 울렸다.

(Met Opera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녀가 연기를 잘 해서 기용했다는 얘기도 얼핏 했던 것 같은데, 배우 이름과 소프라노로서의 실력, 오페라 시장에서의 지지도가 어떤지 알아봐야겠다.)




드디어 마무리... 그러나 마저 못다 한 이야기가 있어 번외 편으로 슝~


주저리 나름 뮤지컬과 비교도 하면서 오페라의 특징에 대해 적어봤는데,

거두절미 이러한 흥미로운 오페라가 아직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라는 것에 안타까울 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포스트가 너무 길어지니,

일단 마무리하고 번외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A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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