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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가 본 특별한 인디언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 리뷰

by wondu


10월, 인상 깊었던 전시가 있어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 전시가 끝나 더 이상은 방문이 어렵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잘 기획된 전시를 기억에 오래 남기고 싶어 타이핑을 시작해본다.



# 전시 개요

- 전시명 :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 기간 : 2024.06.18.(화) ~ 2024.10.09.(수)
-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방문일 : 2024.10.0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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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우리는 인디언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실제로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전시 제목만으로 질문이 던져졌다. 이래서 제목은 참 중요하다.

이 전시가 좋았던 첫번째 이유는 제목 덕분에 전시를 보기도 전에 관람이 시작되는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시를 통해 우리는 북미 옛땅에 살았고,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그들'의 이야기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전시를 다 관람했을 즈음엔 개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스테레오타입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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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이 없는 인디언 이야기

1492년 콜럼버스가 북미 땅에서 처음 만난 원주민을 인도 사람이라고 생각해 생긴 말이다. 여러 부족의 원주민을 한꺼번에 부르는 말로 사용되면서 그들의 다양한 삶과 문화를 품지 못했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는 인디언이 아닌 '북미 원주민'이라는 단어로 소개한다. "용어 정의" 기획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용어를 정의하고 시작한다. 그만큼 중요한 사전 작업이다. 전시 시작부터 용어 정의를 하다니, 마치 기획서를 보는 느낌이라 재밌었다. (이 집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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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법, 미타쿠예오야신

북미 원주민들은 세상이 모두 동그랗고 그 안에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무엇하나 허투로하지 않고 과거, 현재, 미래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기에 그들은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전시 초반은 이 관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문장, 살던 집, 옷, 공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 나열이 아닌 520개가 넘는 부족을 이해하기 위해 계절/지역/사는 집/입는 옷 등으로 카테고리가 "분류"되어 있었으며, 각 캡션에는 그들의 시각이 어떻게 녹여져 있는지 해석을 돕는 친절한 설명이 늘 함께했다. "일관성 있는 컨셉과 흐름"으로 북미 원주민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한층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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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이 함께하는 공간

10년 전쯤 생일로 인디언식 이름 짓기가 잠깐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자연과 가까운 단어를 사용하여 이름을 짓는 모습에서도 추측해볼 수 있는데, 참 자연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자연을 닮은 색상에 편안함을 느껴, 좋아하고 선택하는 편이다. 북미 원주민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엿보면서 개인적으로 취향저격이었다. 그들의 공예활동에 대해 '자연과 관계를 맺는다'는 표현 또한 마음에 들었다. 원래도 공예품을 좋아하여 도자기에 취미를 갖고 있지만 전시에서 더욱 눈에 많이 갔던 공예품은 '직조', '염색'의 세계였다. 억지로 염색하는 것이 아닌, 자연이 만들어준 색을 담아 작품을 만드는 것 또한 멋있었다. 하나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해 직조를 만들어야 하는 장인 정신도 존경스러웠다.

"그저 색이 그 자체로 나를 위해 색을 만들어 내도록 두고, 그걸 가지고 작업을 하고 직조를 합니다." - 전시 영상 중
"천을 짜는 것은 신이 준 선물이자, 우리의 전통과 세계관을 담고 있다. 나의 일상에 위대한 목적 의식을 주고 나를 가족과 연결해 준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직조는 인생이다!"

- 나바호족 D.Y. 비게이

전시된 많은 작품과 영상, 인터뷰, 문장과 역사들이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집력은 정말로 위대했다. 그들이 자연을 지키며 어떻게 지냈는지,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고 숭배하고 존중하며, 얼마나 겸손하고도 창의적인 사람들이었는지 재밌는 것 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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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 아니, 북미 원주민의 지혜수집

원주민들은 모두 시인인가, 작가인가. 그때의 문장력이 어떻게 지금 시대도 관통할 수 있는지 놀랍기도 했다. 클래식한게 영원하다는 말이 이럴때 통하는 것일까? 전시 곳곳에 어울리는 문장이 벽면에 배치되어 있기도 하지만, 전시 중간 쯤 헤드폰으로 가수 양희은님의 목소리로 북미 원주민들의 문장을 들어볼 수 있다.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문장을 담을 수 있는 전시였다. 곳곳에 있는 걸려있는 문장은 계속 사진을 찍게 만들었는데, 작품보다 문장이 더 직접적인 바이럴 효과를 주지 않을까도 싶다. 언어만큼 직접적인 것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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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북미 원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

이 전시는 초반부터 QR 코드 촬영을 통해 온라인 활동을 유도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전시는 QR 없는 전시가 없는 것 같다. 이 전시에서는 관람하는 동안 간단한 퀴즈를 맞히며, 아이템을 모아 나만의 북미 원주민 캐릭터를 만들어 파티 장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난다.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콘텐츠임에도, 같이 갔던 일행들과 소소한 재미로 전시를 더 몰입해서 보게 해준 장치였다.(즉, 유치하지 않았단 소리다.) 그리고 이 활동이 끝날 쯤 전시가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파트2가 펼쳐지면서, 정보성이 아닌 사회의 시선을 꼬집는 이야기로 펼쳐지는데 멋진 그림과 작품으로 또 다른 전시를 보는 듯해 환기가 되고 좋았다.


곳곳에 아이들 눈높이로 적힌 캡션과 조금 더 쉽게 적힌 설명, 동적으로 변화를 줄 수 없는 공간임에도 관람객을 고려한 전시 요소가 곳곳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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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익숙한 단어의 기원을 발견하는 것도 : Adobe가 북미 원주민들이 사는 집 종류 중 하나였다니!

문명인(우리)들과의 시각차이에 대해 얘기나누는 것도 : 잡초는 죽여야 하는가, 살려야 하는가? (일행중 제초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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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 가치와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관람객 경험을 세심하게 고려한 이번 전시는 "기획자"로서 많은 영감을 주었다. 친숙한 용어의 어원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다층적인 기획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전시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초대장이었다. 기획자로서, 그리고 관람객으로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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