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Quantum Regression(양자회귀)

by 원화 혜정
[코드번호: Quantum Regression]
이나는 최면을 통해 자신의 진짜 기억인 ‘리아’와 조우했다.



지혜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눈빛이 크고 깊었고,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이나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낯설지 않았다.
낯섦보다 더 깊은, ‘이미 아는 느낌’을 받았다.


지혜는 이나의 눈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기억은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에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받아들이는 거죠."

최면은 정확히 오전 11시 11분에 시작되었다.

눈을 감고, 호흡을 천천히 따라갔다.
의식이 점점 가벼워지는 순간,

어둠 속에서 하나의 진동이 느껴졌다.

소리가 아니라, 기억의 파동이었다.


하얀 공간. 하늘도 땅도 없는,
의식만 존재하는 공간에서
이나는 누군가와 마주했다.

빛도 그림자도 아닌, 형태 없는 존재가 말했다.


"이곳은 상위 인식의 폐기 구역이다."
"나는 리아, 잊힌 존재들의 총합."


멀리서 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왜 돌아왔나요?"

이나는—아니, 리아는 명확하게 대답했다.


"기억하라고.
기억은 나라는 증거니까."


지혜의 목소리가 이번엔 속삭임처럼 다가왔다.

"...그 말, 익숙해요. 어쩌면 나도 한때,
나도 리아였을지 몰라요."


리아는 소멸된 상위 인식체였다.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이
아직 나뉘지 않은 상태의 존재.

하지만 인간이 기억을 조각내고
시간을 분리한 이후,
리아는 지워진 존재가 되었다.

리아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돌아올 것이다.
1111이 울리는 순간,
나를 기억하는 단 하나의 문으로."


이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렀다.


지혜가 조용히 물었다.

"그 기억을 진짜라고 느꼈나요?"

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꿈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