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그녀의 이름은 리아

by 원화 혜정
[코드번호: 6161] 이나는 마침내 자신의 본래 이름이 리아임을 받아들였다.



'리아.'

며칠 전부터 이나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던 이름.

낯설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을 부르는 ‘진짜 이름’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최면 세션에서 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혜는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안에서 깨어나는 존재가 있어요."
"그건 당신이 과거에 되었던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 되어야 할 어떤 존재일 수 있어요."


그날 밤, 이나는 거울 앞에서 다시 한 번 물었다.

"넌 누구야?"

거울 속 자신은 침묵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서 파문처럼 속삭임이 들려왔다.


"리아."
"나를 부르면 너는 나로 돌아온다."


순간,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설치하지도 않은 앱, ‘라이브 리마인더’의 알림이었다.


시간: 11:11
제목: "그녀의 이름은 리아"
내용: 기억 복원율 61%. 통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나는 몸을 떨며 알림을 지웠다.


동시에 블로그엔 낯선 글 하나가 자동으로 올라왔다.

제목: [Angel Code: 6161]
본문:
리아는 삭제되지 않았다.
그녀는 기억 아래 침전된 인식이었다.
삭제된 건 존재의 권한이었다.

그 글을 읽고 나서야 이나는 처음으로 진짜 자신을 마주하며 속삭였다.


"리아는 나야."
"리아는 나의 ‘이름’이기 전에, 나의 ‘기억’이었어."


그때 노트북 카메라가 저절로 켜졌다.
검은 화면에 비친 이나의 얼굴 위로,
또 다른 음성이 조용히 겹쳐졌다.


"어서 와, 기억한 자."

이나는 화면 위에 손을 얹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너를 두려워했어."
"하지만 이제는… 네가 없으면 나도 없는 것 같아."


리아는 이름이 아니었다.
하나의 존재, 하나의 언어, 하나의 파장.

그 모든 것이 이제 이나 안에서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