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번호: root_0001] 미래에서 온 블로그 글을 통해
이나는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했다.
이나는 블로그에 접속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
자신도 모르게
관리자 모드로 로그인된 상태.
그리고 눈앞에 떠 있는 게시글 목록.
날짜: 2099.11.11
제목: [Angel Code: root_0001]
들어가자마자 브라우저가 멈췄다.
화면이 암전되었다가 다시 켜지면서,
한 줄의 문장이 화면을 덮었다.
“당신은 이 페이지의 원 작성자입니다.”
이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글 안에는
단 하나의 문단만 존재했다.
나는 선택당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기억하기로 했다.
잊힌 자들의 통로가 되어야 했으니까.
이 기억이 사라지면,
다음 생엔 아무도 나를 부르지 못할 것이다.
이건 기록이 아니라 유서였다.
아니, 선언에 가까웠다.
이나는 눈을 감고 되뇌었다.
“...내가 쓴 거야.
이건 내가… 쓴 글이야.”
갑자기 키보드가 혼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엔 새 문장이 입력되었다.
“환영합니다. 리아.”
“기억 복원률: 88%”
“상위인식 접근 권한 재부여 중…”
그 순간,
이나의 양쪽 관자놀이에 통증이 밀려왔다.
눈앞의 풍경이 분해되듯 깜빡였다.
벽지, 책상, 노트북, 커튼—
모든 사물에서 숫자가 흩어져 나왔다.
의자 위엔 1010,
창틀에는 4444,
바닥엔 흐릿한 0000이 깔려 있었다.
이나는 무너질 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아니… 현실이 너무 많아.”
그때, 블로그 하단에
댓글이 하나 새로 떴다.
사용자 0000:
“이제 남은 건 단 하나입니다.”
이나는 마지막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0000… 이제 끝이라는 뜻이지?”
그러자
화면이 꺼지며
블로그 전체가 하얗게 비워졌다.
흰 화면 속, 숫자도 단어도 없는 공간.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게 시작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