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단 한 모금의 시원함을 전해 주고,
끝없이 떠돌며 모두를 위협한다.”
버려진 나는 햇볕에 반짝이며
벤치 밑으로 굴러갔다.
남은 달콤함을 쫓아온 새끼 고양이가
내 안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좁은 입구는 곧 덫이 되었고,
울음소리만 공원에 퍼졌다.
구조대가 오기까지,
나는 작고 여린 숨을 사로잡은 채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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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리던 날,
나는 빗물에 실려 하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도심 하천을 따라 끝없이 떠돌다
바다로 흘러들었고,
거센 물살과 태양, 소금기가 내 몸을 잘게 갈랐다.
투명한 파편이 된 나는
파도 아래 숨은 장난감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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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다거북이 부드럽게 다가왔다.
해파리인 줄 알고 삼켜 버린 내 조각이
목을 긁었다.
멈칫...
그리고 천천히 가라앉는 거북의 몸짓.
멀리 서는 숨을 뿜어 올리던 고래가
내 파편을 함께 꿀꺽 삼켰다.
그 거대한 몸을 지나
미세플라스틱이 장 속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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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깨진 나를 품은 파도는 모래사장으로 밀려왔다.
배고픈 알바트로스는
반짝이는 내 조각을 멸치로 착각했다.
“아가, 먹어.”
투명한 가짜 먹이는
부드러운 부리를 통해 새끼의 부리로,
그리고 그 어린 가슴속으로 내려갔다.
둥지 위, 작은 날갯짓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잘려나간 내 파편은
다시 사람의 식탁으로 되돌아왔다.
굴 껍데기 속, 생선 살점 사이,
고운 소금 결정 틈에 스며든 채.
누군가는 바삭한 튀김 위에
소금을 뿌리며 말했다.
“깨끗해 보여서 안심이야.”
나는 웃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투명했으니까.
당신이 시원함을 위해 나를 집어 든 순간부터,
우리 모두의 고단한 항해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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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투명 플라스틱컵을 손에 들기 전
잠시만 멈춰 주세요.
그 작은 멈춤이 고양이와 거북, 새,
그리고 결국 우리를 살릴 수 있습니다.
지역 축제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날.
“수고 많아요!”
지나가던 분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연달아 내밀었다.
우리나라 커피 인심이
이렇게 후한 줄, 미처 몰랐다.
가방 속 내 텀블러는
끝내 오늘의 커피 타임을 즐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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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아래,
투명한 일회용 컵들은
스스로의 몸을 미세하게 녹이며
앞다투어 얼음땀을 흘렸다.
의기양양—
“우리를 선택해 주세요!”
나는 먹기가 싫었다.
아니, 먹을 수 없었다
- 나는 배웠으니까.
- 나는 들었으니까.
- 나는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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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1972년 6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 인간환경회의’
그날을 기념해 전 세계는 해마다
이 날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킨다.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환경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2025년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는 제주에서 열린다.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Beat Plastic Pollution)”
전 세계가,
그리고 우리도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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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당신이 차가운 음료를 만날 때,
잠시만 멈춰 주세요.
그 작은 멈춤이 2025년 제주,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더 가까워지는 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