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의 강렬함

짧지만 많은 의미를 가진 첫 문장의 소중함이란....

by James Kim


“아무도 그녀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다.

아무도 내가 선택한 삶의 행복에 대해 함부로 논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아무도 나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옳은 것인가를 강요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의미는

내가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알베르 까뮈 [이방인]에서



알베르 까뮈(Albert Camus / 1913~1960)는 평생 그가 태어난 곳, 알제리를 잊지 못했다. 그에게 북아프리카의 그의 고향 알제리는 평생 마음속의 퀘렌시아(querencia)로 남아 그가 힘들고 외로울 때면 그를 감싸주었다. 그는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그의 불세출의 작품 ‘이방인’은 1942년 작품으로 주인공 ‘뫼르소’가 다음과 같이 첫 문장을 시작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이방인처럼 많은 문학작품의 널리 알려진 유명한 첫 문장이 많이 있다. 첫 문장을 읽고 잔상이 강렬하게 머릿속을 맴돌면 그 작품은 이미 독자에게 반은 인정받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널리 알려진 첫 문장의 잔상들이 남는 문학 작품들을 약간 살펴보자.

먼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다음은 F. 스캇 피츠제러드의 ‘위대한 갯츠비’의 첫 두 문장을 알아보자.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에서 이처럼 첫 문장을 던진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이 외에도 강렬하고 잔상이 남는 유명한 작품이 많이 있지만 외국의 문학작품 첫 문장 소개는 이쯤에서 멈추고 우리나라의 문학 작품에서 강렬하게 시작하는 첫 문장을 하나만 소개해 보자.

그 작품은 바로 조선 전기에 일어나기 시작한 동서 분당 이후의 당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대하소설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도 방대하지만 꼼꼼한 자료 수집과 고증을 거쳐 한 시대의 역사를 살펴봄에 있어 단순히 역사책을 읽는 재미를 훨씬 뛰어넘는 작품이다. 또한 당대 인물들의 열정과 욕망, 꿈과 좌절을 적절한 에피소드와 함께 8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벽돌 책(?)에 담고 있다. 그러나 한번 손에 집어 들면 밤을 새워 읽고 싶은 인간 심연의 모습이 듬뿍 담겨있는 작품은 바로 2019년에 출판된 ‘최 학’ 작가의 ‘고변(告變)’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그 해 제2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대하 역사소설의 첫 문장은 다음의 짧은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율곡이 죽었다!”


우리는 말을 많이 하고 글을 길게 써야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짧은 진실이 담긴 한마디나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한 줄의 문장이 상대방을 감동시키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말들이 난무하는 사회, 글이 어지러이 흩어지는 세상에서 단 한 줄의 글과 말로써 공감을 주고 호감을 이끌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실용(實用)이며 효용(效用)이자 소통이다.

인생의 오고 지나가는 길을 말이나 글로써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겠는가?

삶의 무게와 여정을 얼마나 장황하고 길게 기록해야 후대에 전해 지겠는가?

모든 말과 글은 흘러감과 살펴봄이 망각과 착각이 혼용되어 반전과 오해가 늘 생겨나 말하는 이나 말 듣는 이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글 쓰는 이나 글 읽는 이가 같은 단어, 같은 문장을 따로 해석하여 혹자는 옳다 하고 혹자는 틀렸다 한다.

이와 같이 서로가 소통함에 있어 오류를 일으키는 것은 너무 많은 말과 너무 많은 문장들이 서로 얽히고설켜서 설명을 필요로 하고, 그 설명이 또한 서로 부딪친다.

이럴 때 우리는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기고 많은 진리를 담고 있음을 느낀다.

짧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한 첫 문장.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끌고 올 것을 스스로 나타내는 첫 문장.

우리는 이러한 작품을 절대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여 가슴에 새긴다.

최 학 작가의 작품 ‘고변’에서 주요 등장인물인 송익필의 아우 송한필이 쓴 한시(漢詩) 한편을 소개로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보자.



偶吟(우음)

―宋翰弼(송한필)


花開昨日雨(화개작일우)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어제 내린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네

가련하구나 이 봄날의 일들이

바람과 빗속에서 오고 또 가누나.




Thursday, September 11t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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