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그 쓸쓸함....

철저하게 고독해 본 사람은 인생을 안다!

by James Kim



“노년기를 좋게 보내는 비결은

고독과 명예로운 조약을 맺는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 년의 고독]에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는 콜롬비아에서 출생한 남미권 소설가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유명 장편 작품으로는 ‘백 년의 고독(1967년)’외에 ‘콜레라 시대의 사랑(1985년)’이 있다.


그는 “인생이란 살아온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기억해서 이야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요해 보이는 것들을 전달할 수 없을 때 생깁니다.”라고 인생과 외로움에 대해 표현하였다.


고독(孤獨)은 영어로 흔히 solitude로 나타낸다. 'solitude'는 라틴어 solus에서 파생되었는데, 이 'solus'는 원래 '혼자'라는 의미를 넘어 '완전한 하나의 온전한 것'을 뜻하는 긍정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히 부정적으로 쓰이는 고독은 solitude가 아닌 loneliness로 표현해야 맞다.


“Loneliness is the poverty of self; solitude is the richness of self.”

“외로움은 자아의 가난함이고, 고독은 자아의 풍부함이다.”


"Journal of Solitude"의 작가인 May Sarton은 이 둘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명쾌히 구분하였다.

그러므로 ‘백 년의 고독’에서 말하는 고독은 ‘자아의 가난함’ 즉 loneliness로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고독함을 느끼고 이 감정을 다스리는 존재로서 노력해 왔다. 주위에 모든 사람이 나를 위해 관심을 보이고 사랑하는 상태에 있을지라도 어느 순간 고독함을 느낄 수 있다.

밤에 잠에서 깨어 눈을 떠 홀로인 순간 외로울 수 있다. 새삼스레 자아(自我)를 느끼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가을날 들판에 서서 기러기들이 줄지어 나는 모습을 보고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쌀쌀한 겨울날 해지는 어스름에 옷을 추슬러 찬 바람을 막으며 고독과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이렇듯 우리 인간은 외로움과 고독에 늘 직면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인간의 이런 고독함에서 우리는 우리 인간 본질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오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심오한 시간과 함께하는 인간 본질의 내면 탐구는 예술창작과 문학창작에 큰 도움을 준다.

혼자만이 이 세상에 남겨진 듯한 철저히 버림받은 듯한 고독함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낸 경우가 많다.


대도시의 고독한 풍경을 그린 미국의 근대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현대 도시의 고독한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 Nighthawks’ 은 늦은 밤, 불 꺼진 거리에 홀로 불을 밝힌 통유리로 된 바(bar)에 남녀 한 쌍이 정면을 응시하고 앉아있다. 사선으로 위치한 옆자리에는 한 남자가 중절모를 쓰고 홀로 앉아있고 바텐더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뉴욕의 방 / Room in New York’에서는 어두운 밤 활짝 열린 창으로 보이는 방에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피아노 건반에 한 손가락을 얹어놓고 있으며 남편인 듯한 남자는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남자는 와이셔츠에 넥타이와 조끼까지 걸친 모습으로 신문을 읽는 모습은 화목한 가정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특히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 / Hotel Room : 1931>은 속옷을 입은 여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다. 그녀 얼굴의 실루엣이 드러나지 않고 어두우며 호텔방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그녀가 읽고 있는 것은 어쩌면 현대인의 '고독'일지도 모른다.


철저하게 외롭고 슬픈 상황을 나타내는 음악 또한 많이 있으니 살펴보자.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Lied)’는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이그(Edvard Grieg)의 작품으로 산골 마을의 젊은 아내 솔베이지가 외국으로 돈을 벌러 간 남편 페르퀸트를 평생을 기다리다 늙는다. 늙고 병들어 빈손으로 돌아온 남편과 해후한 그날 밤 노인은 아내 솔베이지의 무릎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는다. 차갑게 식어가는 남편을 위해 솔베이지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그녀도 그를 따라 숨을 거둔다.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The river in the pines)’는 존 챈도스 바에즈(Joan Chandos Baez)의 노래이다. 그녀는 1941년 뉴욕의 스태튼아일랜드에서 출생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다. 가사의 내용은 솔베이지의 노래처럼 사랑하는 연인의 사별을 노래한 슬픔과 애잔함이 가득하다.

고독이 너무 힘들게 당신의 가슴을 무너뜨리는 날 이 두 곡을 차례로 들어보라. 떨어지는 눈물은 그냥 무시하고 고독과 슬픔 속에 잠겨보라. 언제 음악이 끝났는지 모르는 순간 먹먹한 가슴이 그대에게 고독의 의미를 조용히 알려줄 것이다.


철저히 고독을 안고 바람의 소리를 사진에 옮겨 담다 유명을 달리 한 제주의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을 아는가?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다운 삶을 여한 없이 보고 느꼈다. 이제 그 아름다움이 내 영혼을 평화롭게 해 줄 거라고 믿는다.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한 지금, 나의 하루는 평화롭다,”


- 김 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그는 제주의 바람을 사진에 찍는 일을 했다.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를 힘도 없을 때, 그는 죽어가면서 제주의 바람을 찍었다. 폐교를 빌려 라면으로 하루 한 끼를 먹어가면서 악착스럽게 고독과 함께했다. 그의 몸은 죽어 한 줌 재로 폐교 앞 감나무 아래에 묻혔다. 그러나 그의 바람이 찍혀있는 제주의 중산간은 폐교를 갤러리로 꾸민 두모악에 남아있다.

당신, 어느 날 슬프고 외로워 제주에 가거든 갤러리 두모악에 찾아가 김영갑의 바람을 보고 오라!


고독은 예술을 만든다. 고독에 몸부림치며 자기 귀를 자른 ‘빈센트 반 고흐’도 "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창조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라고 말한 바 있다.


Saturday, September 13th.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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