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는 삶
“우리 모두가 늙는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면 죽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늙음이나
죽음이 아니다.
녹슨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
삶이 녹슬면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법정
법정 스님은 생전에 남겨놓은 저서를 통해 우리 중생들에게 무소유를 비롯한 지혜가 가득 담긴 많은 말을 전해주었다. 스님은 늘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가까이하지 않았으며 물질의 많은 소유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 있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너무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도록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보며 버릴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버리려고 하면 주저한다. 그 옷을 살 때의 느낌, 처음으로 입었을 때의 기분, 이런 것들이 생각나며 버리기 아까운 생각이 들어 다시 슬그머니 개켜놓는다.
스님은 소유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 하지 말라.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게 된다. 모자랄까 봐 미리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모자람이다. 그것이 가난이고 결핍이다.”
스님은 또한 나를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며 “비교는 시샘과 열등감을 낳는다. 비교하지 않고 자신답게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스님은 소유에 대해서 이런 정의를 내린다.
”소유란 이런 것이다. 우리가 소유한 것만큼 편리한 것도 있지만 소유로부터 소유를 당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다. 아무것도 없이 이 세상에 와서 아무것도 없이 떠날 뿐이다. 모든 것은 잠시 맡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생주이멸(生住異滅)한다.”라고 가르침을 주었다. 생주이멸은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 한동안 좋아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변해 그 마음조차 없어져 버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두가 거의 평생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더 모으려고 애쓴다. 더 큰 집을 가지려고, 더 좋은 차를 사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돈을 모은다. 내가 사는 집을 내가 타는 차를 남들과 비교하고 만족해하지 않는다. 스님이 말한 바 비교는 시샘과 열등감을 낳는다 했다. 시샘과 열등감은 영혼을 피폐(疲弊)시켜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황무지로 만든다.
자신의 현재를 인정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인격 수양에 집중하여 작은 성취를 감사하게 여기는 삶이 필요하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 행복으로 나가는 길이다.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부정적인 인간으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못된 비교는 타인을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비상식적인 인간성을 소유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하나씩 점진적으로 노력한다면 자존감이 생성된다. 자존감이 형성되면서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 사랑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알베르 카뮈는 “우리들 생의 저녁에 이르면 우리는 이웃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두고 심판받을 것이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증언해 줄 것인가. 우리의 작품인가, 철학인가. 아니다. 오직 사랑만이 우리의 존재를 증명해 줄 뿐이다.”라고 역설했다.
사랑이 없는 지식은 자칫 파괴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자신까지도 파멸시키고 만다.
사랑과 행복이 있는 노년의 삶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 유지에 힘쓰는 일이 중요하다. 처해진 상황에서 가능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함양하고 스스로의 인격수양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주변인들과 사랑과 행복을 공유하는 일에 힘쓰는 것이다.
일정한 루틴을 따라 신체 건강을 위한 운동과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유지시키는 힘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감정적인 안정을 유지하도록 힘쓰면서 자신의 삶을 즐기고 현재에 감사하며 사는 생활이 중요하다.
꿈꾸지 않는 삶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삶을 의미한다. 모두가 희망을 꿈꾸면서 변화에는 두려움을 느낀다. 반복되는 현재의 삶에 대해서는 벗어나고 싶고 부정적으로 느끼면서도 변화는 거부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변하지 않으면 나비가 될 수 없다’ 언제까지나 애벌레로 세상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 나비가 되어 세상을 훨훨 날아 행복의 나라로 날아도 가보고 느껴도 보아야 한다.
나 스스로 목표를 잡을 때면 나 자신을 믿는 대신 목표를 이룰 수밖에 없는 환경을 세팅해야 한다. 인간은 본디 나약한 존재다. 나 스스로를 믿기보다 환경설정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내 지성이나 머리를 믿지 말고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활용하는 것에 집중해라. 인간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지 이해한다면 나 자신을 거기에 대입시켜 실패할 수 없는 방정식을 산출하면 된다.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는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그의 책에서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나이가 들면 친구도 한 사람 한 사람 줄어든다. 아무도 없어도 어느 날 낯선 동네를 혼자서 산책할 수 있는 고독에 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라고 썼다.
청년과 중년의 삶이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듯이 노년의 삶도 그들의 삶의 방식과는 다르게 흘러가야 한다. 나이 들어할 일이 없으니 허전하고 친구가 없어서 쓸쓸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고독과 친구 되어 대화를 나누고 함께하는 삶이 결코 외로운 삶이 아니다.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무릎담요를 두르고 안락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는 소중한 노년의 삶의 시간이다.
청소년의 시기에는 학업의 바쁜 일정으로 인한 사색의 충분한 자유시간이 없다. 중장년의 시기에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가족과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눈코 뜰 새 없이 업무에 정진한다.
노년의 시기는 마음의 여유와 편안함을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 몸은 비록 녹슬고 움직임이 둔하더라도 정신은 여유 있게 늘 깨어있음을 유지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할 일이 없다면 글을 읽고 글을 써서 후대에 남기면 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더라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나는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은 자기가 평소 잘할 수 있는 그 일을 하면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쨌든 인간의 보편적 삶의 가치는 인간존엄성에 있다. 인간존엄성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통제 가능한 상태에 두는 것이다. 몸은 비록 녹슬고 삐걱거려도 맑은 정신과 진취적인 자세는 스스로를 통제하는 의지이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해 주는 순간 인간은 존엄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이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정신이 혼미해 미망(迷妄)에 빠지거든 ‘남아있는 날들 (The Remains of the days)’에서 ‘가즈오 이시구로(2017년 노벨 문학상 수장자)’가 한 이 말을 기억하고 편히 잠들라.
“미망마저 없다면 노년의 문턱은 너무 쓸쓸하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Sunday, October 12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