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NESS

눈먼 자들의 도시

by James Kim



“그녀는 마음이 고요한 가운데,

자신 역시 눈이 멀기를 바랐다.

사물의 눈에 보이는 거죽을 뚫고 들어가

내적인 면에까지 다가갈 수 있기를,

그 눈부신 불치의 실명 상태에까지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다.”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 1922~2010)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에서



주제 사라마구는 포르투갈에서 태어나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그의 작품 Blindness(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차례로 전염되어 눈이 멀어져 앞을 볼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불시에 전개된다. 작가의 환상적 리얼리즘이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정부에서는 눈이 먼 사람들을 수용소에 강제로 감금시키고 무장한 군인들로 하여금 눈이 먼 사람들을 이동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지키게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에 당황하는 정부의 관계자들과 이들을 감시하는 군인들의 심리상태는 마치 코로나-19 초기의 공황 상태를 상기시킨다.

점차 눈먼 사람들의 수용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식량 배급 문제로 갈등이 일어난다. 그 와중에 힘을 쓰는 폭력 집단이 생성되고 그들은 식량을 독점하며 다른 수용 병동의 눈먼 사람들에게 음식을 받으려거든 대가를 치루라고 지시한다. 그 대가는 처음에는 귀금속이나 화폐였지만 점차로 요구사항이 커지고 마침내 여자들을 성 상납 할 것을 지시한다.


소설 Blindness (눈먼 사람들)은 등장인물을 이름 대신 ‘안과의사’, ‘안과의사의 아내’,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사팔뜨기 소년’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안과의사의 아내’는 눈이 먼 것처럼 행세하고 수용소에 함께 들어와 남편인 안과의사와 그 일행을 다른 눈먼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보살피는 역할을 수행한다.

눈먼 사람들의 수용소는 부족한 음식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심각한 위생상태에 빠져든다. 눈이 보이지 않는 데다 화장실에 물까지 나오지 않아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보고 여기저기에 배설물이 깔려있고 씻지 못해 나는 악취는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다.

말 그대로 인류의 종말을 알리는 ‘아포칼립스(Apocalypse)’의 패닉상태에 빠져든다.

수용소를 지키던 군인들까지 모두가 감염되어 온통 눈먼 세계가 되어 자유롭게 수용소를 나온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그의 일행이 자기 집을 찾았을 때 그 집을 대신 사용하고 있던 글을 쓰는 작가가 있었다.

그는 손에 종이와 볼펜을 들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페이지요.” “우린 볼 수 없는데요.”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요.” 작가가 대꾸했다. “그럼 어떻게 쓸 수 있죠?” 의사의 아내가 물으면서 종이를 보았다. 방 안이 어둠침침하긴 했지만 그녀는 빽빽한 문장들을 볼 수 있었다. 문장들은 이따금씩 아래위가 겹치기도 했다. “손으로 만지면서 쓰는 거죠, 작가는 웃으며 대답했다. 의사의 아내는 작가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작가는 두 손으로 그 손을 잡더니 천천히 자기 입술 위로 들어 올렸다. 이윽고 작가가 말했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마시오.” 이것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상황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라고,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고 말하는 작가는 글을 쓰고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스피노자였던가,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사람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세계에서도, 멸망의 날이 온다고 해도,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의 의무를 다하고 꾸준히 글을 쓰고 기록하는 작가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즈음 힘들고 살기에 벅찬 세상이다. 불황으로 인하여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도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취업을 못해 방황하는 청춘들이 도처에서 출몰하고 있으며 일류대를 나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들이 바라는 유토피아(Utopia)는 어디에 있으며 그들이 찾는 샹그릴라(Shangri-La)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앞이 보이지 않고 캄캄한 어둠이 계속되어도 언젠가는 밝은 빛이 비치는 순간이 온다. 그때까지 어깨에 맨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주저앉지 말고 일어나야 한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려운 시절이다. 함께 가면 힘든 길도 멀리 갈 수 있다.


눈먼 안과의사와 눈먼 안과의사의 아내는 주검을 맞이한 가엾은 할머니를 뒤뜰에 묻으며 의사의 아내가 말한다.

“이 여자는 집을 나가기 전에 잊지 않고 토끼장 문을 열어놓았군요, 토끼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해준 거예요. 의사가 말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과 사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거지.”


거의 매일 가을비가 이어지다 오늘은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다.

오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Thursday, October 16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