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사랑'

by James Kim





“학생을 가르칠 때에는

최고의 배려와 인내만이 효과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절대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되고, 특별한 기지를 발휘해야 하고,

수업을 할 때마다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하고,

한 번 신중하게 부정적 평가를 끼워넣기 위해 최소한 열 번 칭찬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차분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가 차분하려면 무엇보다 수업의 성패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해야 한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낭만적 연예와 그 후의 일상]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소설과 에세이를 교묘하게 혼합한 그의 책 ‘낭만적 연예와 그 후의 일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개념은 건방지고 부적합하고 몹시 해롭게 느껴진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또는 그녀가 변화하기 바란다는 말은 꺼낼 수 없다. 낭만주의는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진실한 사랑은 파트너의 존재를 온전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남자 ‘라비’는 여자 ‘커스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심산할 만큼 감동적인 최초의 순간들에 잠식당하고 기만당해왔다. 우리는 러브스토리들에 너무 이른 결말을 허용해 왔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

이것이 사랑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에 속하는 내용이다.


“그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행운을 나눠주고 싶을 지경이다. 여하튼 그는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관념을 지탱하는 핵심 과제 세 가지를 족히 통과했다. 사람을 제대로 만났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녀가 받아들여주었다.

그러나 당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이것은 알랭 드 보통의 러브스토리에 대한 소설 내용이다.

나는 오늘 알랭 드 보통의 소설과 에세이를 절묘하게 혼합한 그의 책 ‘낭만적 연예와 그 후의 일상’에서 나오는 많은 에피소드 가운데서 ‘가르치는 것’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르치든(무엇을 가르치든....)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든 그 ‘가르친다’는 행위는 너무나 델리키트(Delicate)해서 한마디로 이렇다 하고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르치는 행위는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이 건방지고 부적합하고 몹시 해롭게 느껴진다. 사랑에 눈이 먼 연인들은 처음에는 그 위험한 행위를 관대하게 보아줄지 모른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보이는 관심과 기대로 보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적절한 발언의 시간과 횟수가 거듭함에 따라 빈정거림과 지적질로 인정되고 험난한 가시밭길 같은 독설이 오고 갈 것이다.


사랑이 시작할 때는 상대방의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고 모자란 단점까지도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름다운 개성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그러다 어느 순간 상대의 결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나타난다. 사랑의 임계점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상대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 행위를 지적받은 그나 그녀는 안면의 근육이 긴장되며 호흡이 가빠짐을 느낄 새도 없이 방문을 소리 내어 닫거나 발걸음에 찬 바람이 스친다.


지적을 받은 사람은 합리적인 생각으로 사태를 파악하기보다는 먼저 서운한 감정과 함께 상대의 부조리한 행위와 사상에 반감이 든다. 그 반감의 영향으로 또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며 소리가 커지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연인들의 이러한 행위는 보통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귀결이 된다. 하나는 이제까지 상대에게서 보아왔던 장점은 두꺼운 이불로 덮어놓고 서로의 단점만을 까발려서 큰소리로 비방하며 쿨하게 갈라서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쪽이 확실히 꼬리를 내리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둘의 연인 사이를 연장하는 것이다. 물론 계속해서 꼬리를 내리며 영원히 사이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상대의 단점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프레임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김한영은 책 끝의 옮긴이의 말에서 진짜 러브스토리에 대해 다음처럼 말한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완전해진다.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에는 불완전한 형태가 주는 아름다움과 겸손함이 스며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불완전함이 보여 주는 인간적인 아름다움과 겸손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불완전한 남녀가 만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서 조금씩 미숙한 부분을 고쳐나가며 발전한다면 행복한 삶을 유지하지 않겠는가?


알랭 드 보통은 “완벽한 행복은 아마 한 번에 5분이 채 넘지 않을, 작고 점진적인 단위들로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순간은 두 손으로 붙잡아 소중히 간직해야 할 행복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한 그는 말한다.

“이 세상에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스스로도 고통스럽다. 그러므로 적절한 대응은 냉소나 공격이 아니라, 드문 순간이나마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랑해 주는 것뿐이다.”

나는 이 글을 보고 쓰면서 많은 반성과 후회를 하고 있다. 많은 시간 속에서 남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가르치려 들었으며 남들이 고치지 않은 것을 보고 원망하고 손가락질해 왔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함에 있어서도 사려 깊은 배려와 깊은 인내를 하지 않고 먼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는 교육을 해 온 것 같다. 시간에 쫓기어 학생들이 배움에 대한 내용을 깊이 새기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고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열 번의 꾸중보다 한 번의 칭찬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무엇보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하여 학생들을 몰아붙인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이제 가을이 왔고 곧 찬 바람이 불면 겨울이 올 것이다.

가을과 겨울은 마무리의 계절이다.

주위를 살펴보고 따뜻한 눈길로 손을 내밀자.

그리고 아름다운 말로 서로를 격려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때이다.


Saturday, October 18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