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Miserables

인간은 빵으로 산다기보다 긍정으로 산다.

by James Kim


“그는 자문했다.

이 모든 행복이 정녕 나의 것일까,

이것은 남의 행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늙은이인 내가 빼앗고 훔치는 이 아이의 행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건 조금도 도둑질이 아닐까?”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에서



나 어렸을 때 읽었던 ‘장 발장’이라는 책은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이 훔친 한 조각의 빵으로 인하여 19년간의 옥살이를 한 슬프고도 안타까운 이야기로 기억에 남아있다.


‘장 발장’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Les Miserables’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Les Miserables’은 프랑스어 제목이고 영어로 바꾸면 ‘The miserable’ 즉, 우리말로 ‘비참한 사람들’이 된다. (중학교 영어 문법 시간에 배웠듯 ‘the+형용사’는 셀 수 있는 보통명사가 되어 ‘The miserable’이 ‘miserable people’과 같은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Les Miserables’은 1862년에 발표된 프랑스혁명 전후 19세기를 배경으로 사랑, 용기, 희생, 인간의 본성 등을 다룬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이자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장편 소설이다.

나는 어릴 때 읽었던 ‘장 발장’의 누렇게 변색된 낡았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의 기억을 떠올리며 ‘Les Miserables’을 성인이 되어 집어 들고 과연 이 책이 장 발장이 나오는 책인지 의아해했다. 2013년 ‘더클래식’ 출판사에서 간행된 이 책은 다른 책 보다 훨씬 더 큰 양장본에 페이지도 1,800쪽을 넘기는 대형 벽돌 사이즈에 페이지의 종이도 얄팍한 것이 마치 성경책을 넘기는 느낌이 났다.


더욱이 이 책 ‘Les Miserables’을 한참 읽다 보니 무슨 글을 읽었는지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페이지의 부분으로 다시 돌아와 읽어도 도통 내용이 난해한 부분이 나오는데 니체와 데카르트의 난해함과 견줄만한 부분이 상당하다.

나는 직업이 영어 선생이라서 수능 영어의 독해 부분이 난해할 경우 학생들에게 필사하면서 해석해 보는 습관을 가지라고 말해왔기에, ‘Les Miserables’ 책에 밑줄을 긋고 노트에 필사하면서 여러 번 의미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래도

분명 우리말 한글로 쓰인 문장인데 의미 파악이 어려운 부분이 상당했다.

‘Les Miserables’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부분도 있으나 역시 훌륭한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책을 펼쳐보니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은 감명 깊은 부분이 참 많이 있다. 그중에 일부를 이곳에 옮겨 나와 함께 이 글을 읽는 분들과 공감을 나누려 한다.


‘여기에 그 묘한 의미가 있다. 의사의 문은 결코 닫히는 법이 없고, 사제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잠자리를 청하는 자에게 이름을 물어서는 안 된다. 몸을 의지할 곳을 찾는 자는 스스로 이름을 알리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40쪽


사람의 목숨을 치유하고 간호하는 사명을 가진 직업의 의사와 영혼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끄는 성직자는 병들고 약한 그들을 위해 늘 열린 마음으로 봉사하고 따뜻이 맞아들이라는 뜻인데 요즘의 의학계와 종교인들은 한 번쯤 깊이 숙고해야 볼 듯한 말이 아닐까.


‘우리는 구제도를 몰아냈지만 사상적인 기반을 잡지 못했소. 악습을 그저 타도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했소. 그 뿌리를 제대로 세웠어야 했소. 이제 풍차는 없어졌소. 그저 바람만이 불고 있을 뿐이오.’

‘당신들은 모든 것을 파괴했습니다. 더러는 그것이 유익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노가 깃든 파괴는 옳지 않습니다.’ -58쪽


우리 대한민국은 2016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광화문에서 수많은 시민이 참여한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출범시키고 다시는 이 나라에 잘못되고 우매한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자고 눈물을 흘리며 자각했다.

5년의 새로운 정부가 이 나라를 통치하면서 국민은 과거를 잊어버렸다. 빅토르 위고의 우려처럼 뿌리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과거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과거를 잊은 우리나라의 국민은 촛불혁명 5년 후 더 잘못되고 더 우매한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뽑았다. 그저 바람만이 불고 있을 뿐이었다. 잘못된 대통령의 국민을 향한 쿠데타와 총부리는 과거와 역사를 잊은 시민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또다시 이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고통스럽고 아픈 항쟁이 되풀이되고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손가락질과 욕설을 아무렇게나 해대고 시간이 되어 선거철이 되면 그들은 공손히 한 표를 부탁한다. 민중은 잊기 잘하는 몽매한 미물이어서 악써대는 그들의 흉포한 과거를 잊고 기꺼이 그들을 영광의 자리에 올려놓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으며 또한 그리된 것이 이제까지의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극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은 돌아보지 않는 법이다. 가혹한 운명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85쪽


우리나라는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오면서 이 나라를 힘들게 지켜왔다. 저력이 대단한 민족이며 능력이 출중하여 분단된 이 작은 나라에서 나름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의 고통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많이 충분히 고통과 아픔을 겪어왔다. 이제는 현자(賢者)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우리가 현자가 되고 우리가 지도자가 되어 이 나라를 끌고 가야 된다. 두 눈을 크게 뜨고 깨어서 살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어떤 말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쓰이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일에 확실한 것은 없다. 본능은 혼탁해지기 쉽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본능이 지성보다 앞서고 동물이 인간보다 번영할 것이다.’ -204쪽


‘폭군 뒤에는 포학이 따라온다. 자기 모습을 가지는 어둠을 자신의 뒤에 남기고 가는 건 인간에게 하나의 불행이다.’ -367쪽


‘아무튼 모든 것을 ’ 아니다 ‘라는 한마디 말로 정리하려는 철학을 따른다면 어떤 사색의 길도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아니다 ‘는 말에 대한 대답은 딱 하나로 ’ 그렇다 ‘는 것이다. 허무주의는 어떤 정해진 범위가 없다. 허무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어떤 무엇이다. 어떤 무엇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인간은 빵으로 산다고 하기보단 훨씬 더 많은 긍정으로 산다.’ -615쪽


장 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옥살이를 치러야만 했다. 그는 그 긴 세월을 통해 분노와 억울함을 천천히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켜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노년을 보내게 된다.

우리는 이 세상을 이분법으로 정의 내리기를 좋아한다. ‘그렇다’ 또는 ‘아니다’ 빅토르 위고는 말한다. ‘어떤 무엇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라고.

나는 이 말을 참으로 좋아한다.

‘인간은 빵으로 산다고 하기보단 훨씬 더 많은 긍정으로 산다.’

긍정으로 사는 이 세상 빅토르 위고의 세상을 꿈꾸며 그의 책 ‘Les Miserables’ 말미의 시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그는 잠들었네. 운명은 그에게 가혹했어도,

그는 살았네. 천사를 잃어버리자 그는 죽었네.

올 일은 결국 찾아온다네.

낮이 가면 밤이 오듯이.’

-18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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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6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