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Sensitive Season

by James Kim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양 귀자 ‘모순’에서

찬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면 동물적 본능에서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안주하려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본다.

겨울이 시작되고 해가 서산으로 지면서 어스름 저녁이 되면 모든 동물은 쓸쓸해지면서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다. 여름 한 철의 탐욕스러운 격정(激情)의 세월을 보내고 이제는 추운 혹한의 계절을 살아남아야 하는 동물적 본능의 시련기가 다가온 것이다. 우리 인간의 마음이 거쳐온 수 천년의 동물의 본능을 넘어서지 못하고 불안하고 쓸쓸해지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오늘 점심시간 가격이 저렴한 변두리 뷔페식 스타일 식당에 순하게 생긴 젊은 부부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외식을 나온 것을 보았다. 덩치가 대단한 큰 아들은 초등학교 2, 3학년쯤으로 보이고 작은 아들은 4,5세쯤으로 보이는데 왜소한 체격이었다. 내 오른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가족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큰 아이는 벌써 무얼 갖다 먹을까 다른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접시를 쳐다보며 즐거워하면서 컵에 물 두 잔을 먼저 떠와서 동생 자리와 자기 자리 앞에 놓았다. 젊은 아빠는 본인의 가방을 열어 커다란 물 티슈통을 꺼내 놓고 아이들이 손을 닦도록 해 주었고 엄마는 접시에 먼저 작은 아이의 음식을 담아왔다. 그러자 큰 아이와 아빠는 둘이 즐거운 모습으로 접시를 찾아들고 각자의 음식을 푸짐히 담아왔다. 엄마는 작은 아이에게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먹이고 물티슈로 입가를 닦아주며 많이 먹으라고 연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띠며 가만가만 얘기했다.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여 나는 나도 모르게 식사를 멈추고 그 가족을 보고 있었다. 그때 큰 아이가 나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살짝 무안해진 나는 시선을 거두었다. 잠시 후 고개 들어 안 보는 듯하고 다시 살짝 쳐다보니 큰 아이가 나를 흘긋거리다 또 눈이 마주쳤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어서 신경 쓰지 말고 많이 먹으라고 손으로 신호를 보내며 어색한 웃음을 보냈다.

이 가족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외식장면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저릿해지는 알 수 없는 묘한 아픔의 감정을 느꼈다. 아이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젊은 부부의 표정은 감사함과 사랑이 얼굴 가득 담겨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나는 이 가족의 행복이 영원하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가만히 소원하였다.

왼쪽 테이블에는 한눈에 보아도 꾀죄죄해 보이는 할머니와 남편인듯한 할아버지가 역시 추레한 옷차림의 모습으로 들어와 식사를 시작했다. 대화를 하지도 않고 묵묵히 접시에 가져온 음식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외식인 듯 맛있게 드시는 모습 또한 보기에 좋았다. 그러나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조용히 따뜻함이 가득한 변두리 식당을 벗어났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일도 아닌 단순한 식사 장면이 나에게는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는 12월의 마지막 달을 맞으며 너무 감상적으로 흐르는 마음을 달래려 애를 쓰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고 계절이 순환하며 마음이 너무 센서티브(sensitive) 해지고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을 넘어선다고 하였으니 마음의 흐름 또한 자제함이 마땅함을 알고 있다.

불경(佛經) 중 가장 많은 양의 긴 경문으로 이루어진 경전인 ‘보적경(寶積經)’에서도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지 않는가.


마음이란....


마음은 환상과 같아 허망한 분별에 의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마음은 바람과 같아 붙잡을 수도 없으며 모양도 보이지 않는다.

마음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 멈추지 않고 거품은 이내 사라진다.

마음은 불꽃과 같아 인(因, 직접원인)과 연(緣, 간접원인)에 닿으면 타오른다.

마음은 번개와 같아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순간에 소멸한다.

마음은 허공과 같아 뜻밖의 연기로 더럽혀진다.

마음은 원숭이와 같아 잠시도 그대로 있지 못하고 시시각각 움직인다.

마음은 그림 그리는 사람과 같아 온갖 모양을 나타낸다.


내 마음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내가 서 있는 곳일까. 내가 지향하는 곳일까. 지나간 세월 속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일까. 지나쳐 온 사람들 속에 있을까. 그러나 내가 속해 있는 현실에도, 내 눈에 보이는 풍경에도,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도 내 마음은 머무르지 못하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연말이 되는 12월은 마음 챙김을 잘해야 할 것 같다. 너무 우울해하지도 말고, 너무 차분해져서 그대로 가라앉지 않도록 자신을 소중히 대접해 주는 자존감을 키우는 시기로 만들었으면 한다.

그러나 나는 세월이 가고 계절이 순환하여 머리는 은발이 되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여 보기에 아름답지 않더라도 마음속에는 감동을 가진 소년이 늘 살아있기를 바란다.

감수성이 가득한 작가 류시화 시인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우리가 얼마나 감동하는가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아침과 봄에 얼마나 감동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건강을 점검하라.

자연의 깨어남에 대해 당신 안에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른 아침 산책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떨치고 일어날 수 없다면, 첫 새의 지저귐이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나는 아직 순수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첫눈의 감동을 기다리며 태평양을 건너는 철새들의 날갯짓에 경탄을 보내며 갓 태어난 야생동물의 일어서기를 응원한다.

우리는 마음속에 희망과 감동과 감수성과 우울감까지를 모두 가지고 살아간다. 마음속의 삶의 두께가 너무 두터워 부담스러워하지 말라. 텅 비어 가진 것 없는 마음보다 복잡해 보이나 두터운 마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될 수 있음을 양 귀자 작가의 ‘모순’에서 살펴보자.

‘그리고........

그리고 뒤에 더 이상 이을 말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量感)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오늘 올겨울 들어 갑자기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몸은 움츠러들어도 마음은 움츠러들지 않기를 바란다.



Wednesday, December 3rd.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