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면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봤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길 하겠지요.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선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떠나는 사람은 개척자의 마음을 가진 용감한 사람이거나 고독한 사람이다. 용감한 사람은 도전을 하며 성취를 하고 성취에 만족하여 또 다른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고독한 사람은 아무런 목적 없이 길을 떠나 발길 닿는 곳에 그의 지친 몸과 마음을 놓는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선택의 시간에 결정의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이 중요한 순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헤매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이리도 저리도 결정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아 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선택하는 넓고 환한 길을 고르는 쉬워 보이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남들이 고르지 않는 폭이 좁고 숲이 깊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힘들어 보이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인생길 위에는 신기한 것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으며 갈등의 순간도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잠시 멈춰 고민에 잠길 때도 있다. 가다가 틀린 길이라 생각되어 온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같이 걷는 이 아무도 없어 말없이 홀로 외로이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길이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준다. 그리고 거기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누인다.
괴테는 그의 글 ‘지혜의 서’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길은 시작되었다.
여행을 마저하라.
근심 걱정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너를 영원히 내동댕이쳐 균형을 잃게 할 뿐”
오늘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 있다면 길을 떠나야 한다. 일부러 세상을 떠돌아도 쉽게 잠재울 수 없는 쓸쓸함과 고독은 늘 가득하다.
세상이 태양을 품고 찬란함으로 가득하면 따뜻함이 오래 남는다.
바람이 낭만을 품고 살랑거리면 아름다운 사랑으로 가득해진다.
파도가 분노를 품고 일렁거리면 물 위에 떠있는 모든 것들이 파괴와 공포로 가득해진다.
사람이 쓸쓸함과 외로움을 가슴에 품고 이리저리 처음 보는 길을 걸어가면 거대한 슬픔과 고독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처절하게 느껴지는 쓸쓸함과 고독이 한바탕 온몸을 휩쓸고 맨바닥에 닿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은 참다운 여행을 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그 순간 인생은 차분해지며 두려움이 사라지고 가슴속의 무언가가 서서히 변화를 가져온다. 주변에 사물들이 눈에 점차로 보이기 시작하고 크게만 보였던 무형의 무게가 서서히 사그라들어 점차로 작아짐을 느낄 수 있다.
온 세상이 나만 빼고 돌아간다고 생각이 될 때나 아무런 이유 없이 눈물이 흘러 슬플 때는 맨바닥을 칠 수 있는 노래를 듣는다. 처절하게 슬퍼지고 싶을 때 나는 김창완의 ‘청춘’을 듣는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나를 두고 간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찾는가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푸르른 청춘은 언젠가는 흘러가고 꽃잎은 지지만 또 피어난다.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허우적대는 빈 손짓에 슬퍼져서 내가 차라리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돌아선다.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라고 나 스스로 자기 위로를 한다.
나를 두고 간 님도 용서하는데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을 용서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정 둘 곳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허약함이다.
허전한 마음은 정답던 옛 동산 청춘 시절에 뛰어놀던 옛 동산을 찾는다.
옛적 나의 삶의 여정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났을 때 지금 선택해 살고 있는 길과 반대되는 선택을 했더라면 나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을까 아니면 더 후회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책 ‘장미의 이름’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가는 길은 모두가 옳았으나, 우리가 잘 못 가고 있었다.”
Sunday, December 7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