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수는 책
“난 치우친 사람이 되는 게 두렵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미워하는 옹졸한 사람이 되는 게 두렵다.
자기만의 좁은 틀 안에 갇혀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까탈스러운 노인이 되는 게 두렵다.
난 폭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많은 생각을 안을 수 있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쓸데없는 이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나를 부수는 책을 읽는 것이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책,
무언가를 추종하는 대신 늘 통념에 저항하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책을 읽고 싶다.”
- 한 근태
‘고수의 독서법을 말하다’에서
일요일 아침 차 한잔을 끓여 책상에 놓아두고, 조용한 음악을 준비해 가만히 틀어놓고 어젯밤 잠들기 전에 읽던 책을 살며시 펼친다. 책 속에서 어제의 이야기가 다시 연결되어 펼쳐진다. 어제의 주인공이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에 스토리를 덧붙여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책 속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 날개를 달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나는 책 속의 인물을 향해 나를 형이상학적으로 고상하게 형상화시켜주는 생각과 언행의 일치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 속의 그 인물을 닮아 그대로 함께하려 한다.
나는 늘 자신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하여 막연히 두려움을 느낀다. 나 자신 속에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 기준의 임계점을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놓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또 자주 그 사실을 망각하고 나의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나의 잣대에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속으로 비방하거나 대화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려 한다.
나이 들어갈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고 싶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서 타인을 비방하는 편협하고 음험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을 넓게 보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마음이 늘 함께 하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일상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 폭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많은 생각을 안을 수 있는 너그러운 사람이고 싶다.
자유로운 이념을 가지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순수한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다. 이념이 다르고 진영이 달라서 미워하고, 보수와 진보를 편 가르고 지지하는 정당이 아닌 상대당을 배척하는 정치판 같은 사고를 가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편협한 삼류의 정신자세를 깨트리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각성하고 깨어있으려 한다. 그런 삼류의 이념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순수한 사람이 되고 싶어 깨어나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 나를 부수고 깨어나게 하는 책을 읽는다.
프란츠 카프카는 “책은 도끼다. 책은 얼어붙은 의식의 바다를 깨는 도끼다.”라고 외치지 않았는가.
나를 부수는 책 읽기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내가 올바로 나아갈 길을 밝혀 준다. 통념에 물들지 않고 새로운 사상을 추구하며 나의 얼어붙어 있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역할을 충실히 그리고 꾸준히 하도록 도움을 준다.
오늘도 얼어있는 의식의 바다를 깨트리는 그런 책을 찾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주는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 The old curiosity shop’을 정독했다. 순수하고 가녀린 소녀 넬과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힘들고 고달픈 도피행각을 벌이는 방랑기를 읽으며 짠한 마음이 가득하였다.
‘그들이 오솔길이 시작되는 묘지 쪽문에 다다랐을 때 해가 지기 시작했다. 비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내리듯이 태양 역시 죽은 자들의 쉼터에 따사로운 햇살을 내리며 내일의 희망을 전하고 있었다.’ (p157)
이 책을 읽다 다시 한번 인간 허약함의 무서움에 대해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 바로 어린 손녀 넬이 그토록 지키고자 애쓰는 할아버지의 도박중독이었다. 늙은 할아버지를 위해 거의 구걸행각을 하며 돈을 벌어 한 푼 두 푼 모아 끼니를 이어가는 넬, 바로 그 할아버지가 가장 사랑하는 손녀 넬의 돈을 몰래 훔쳐 도박으로 탕진하는 장면은 인간의 자제심이 얼마나 빈약한지 그리고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한번 알려준다.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어두워진 하늘에서는 금빛으로 불타던 저무는 태양이 검은 장막을 뚫고 사방으로 뻗어 나와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태양이 행복했던 하루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휑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p243)
“돈을 좀 내놔라,” 그가 폭풍우가 치던 날처럼 사납게 돌변하며 말했다. “돈이 있어야 한다, 넬. 몇 배로 돌려주마, 가진 돈을 모두 다오. 다 너를 위해 쓰려는 것이다. 알겠니? 다 너를 위해서야!” (p324)
‘넬의 늘어진 팔을 잡은 노인이 그 손을 따뜻하게 해 주려고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넬이 마지막 미소와 함께 노인에게 뻗은 손은 긴 여행 내내 그를 이끌어 주던 손이었다. 이따금 노인인 그 손에 입을 맞추고 다시 그것을 가슴에 안으며 좀 더 따뜻해졌다고 중얼거렸는데,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 모습이 마치 몹시 괴로워서 넬에게 도움을 줄 것을 그들에게 간청하는 것처럼 보였다. (p725)
모든 인간은 하나의 가슴 안에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선한 사람이 될지 악한 사람이 될지는 자신의 끊임없는 인격도야를 위한 수양과 함께 유혹에서 이겨낼 힘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 같다.
찰스 디킨스는 이렇게 말을 했다.
"모든 삶에는, 지갑이 아무리 가득하거나 비어 있더라도 비극이 있습니다. 그것은 삶이 항상 이루는 유일한 약속입니다. 따라서 행복은 선물이며, 요령은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올 때 그것을 기뻐하고 다른 사람들의 저장소에 그것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
"In every life, no matter how full or empty ones purse, there is tragedy. It is the one promise life always fulfills. Thus, happiness is a gift, and the trick is not to expect it, but to delight in it when it comes, and to add to other peoples store of it."
모두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일요일 저녁이 되었으면 한다.
Sunday, December 14th.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