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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Nov 18. 2016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2시간씩 8번, 총 16시간짜리 집합 교육이다. 자료를 정리해 보니, 청중 분석에서 발표장 온도 조절까지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하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프레젠테이션의 성공은 발표자가 의도한 대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창한 말솜씨도 아니고, 화려한 장표도 아니다. 그런 것 없이 성공한 사례는 많다. 하지만 발표자의 열정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열정이 있다는 것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의도한 결과를 얻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든 청중을 설득하는 것이든 말이다. 그런 의지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명확하게 그릴 수 있으면 단계별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표가 자연스러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 충분한 리허설, 리허설을 위해 완벽한 대본 숙지, 그전에 대본 수정...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일이 역순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열정'은 충분한데 '연습'을 무시하는 발표자들이 많다. 발표 자료는 멋지게 만들어 놓고 연습이 부족해서 프레젠테이션을 망친다. '대본을 다 외웠으니 문제없겠지'하는 생각은 청중들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바로 무너진다. 그러고는 '발표에 소질이 없다'라고 한다.


프레젠테이션 실력을 타고 난 사람은 없다.


다들 알고 있듯이, 프레젠테이션 연습은 가능한 실제 장소와 유사한 환경에서 충분히 해야 한다. 문제는 '충분히'가 자주 과소평가된다는 거다. 내 경험으로는 15분 분량의 PT인 경우 20번 정도 리허설 해야 실전에서 더듬지 않는 수준이 된다. 최종적으로 슬라이드 없이 리허설이 가능한 단계가 되어야 한다. (단, 시작부터 끝까지 멈춤 없이 이어가는 리허설 기준이다.)


리허설을 할 때 솔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청중이 있으면 더욱 좋다. 보통 동료를 동원하지만, 나는 가족 앞에서 리허설 해보기를 추천한다. 가족들 앞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뻘쭘함을 극복하는 것 말고도 좋은 점이 많다. 참고로 내 가족은 아내와 딸 둘인데,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이다.


첫째, 아내는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크게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거다. 이런 아내의 흥미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청중이 집중한다. 좀 더 어려운 상황을 연출해 보고 싶다면 조수석에서 졸고 있는 아내를 대상으로 리허설을 해보면 된다. 이 때는 길게 얘기하면 안 된다. 따라서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볼 수 있고,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불필요한 내용이 있는지 알게 된다. (사족.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면 안된다.) 


둘째,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의 표현은 일단 쉬워야 한다. 가능하다면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다. '아빠, 00가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다면, 좀 더 쉬운 표현이 있을지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불필요하게 어려운 단어는 여기서 다 걸러진다.


셋째,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다.

10살인 작은 아이는 창의적이고 솔직하다. 연습하는 내 모습에서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이상한 점을 주저 없이 지적한다. 대체로 엉뚱한 내용이 많지만, 가끔은 깜짝 놀랄 만큼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작은 아이의 창의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내가 가족 앞에서까지 연습했던 프레젠테이션은 대부분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다. 그만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반드시 전달하겠다는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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