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들이 스스로의 무능(無能)을 증명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부하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못마땅해하는 것이다. 구태여 야근이란 말을 쓰지 않은 이유는 불가피한 퇴근 시간 이후의 근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직장이든 예상하지 못하는 많은 업무나 긴급한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야근까지 거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자리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상사들의 고약한 심리의 말하는 것이다.
상사들의 이런 심리는 '오래 일하는 것이 성실함'이라는 낡은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 시간 이후에 남아서 일하는(또는 일하는 척하는) 모습을 보며 '다들 열심히 하는군' 하는 착각에 뿌듯해하는 것이다. 이는 20세기 산업사회에서나 통하던 생각이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듯이,
직원들이 늦게까지 남아 있게 할 수는 있지만 성과를 만들게 할 수는 없다.
훌륭한 상사라면 누가 몇 시에 퇴근하는지 신경 쓸 시간에 업무의 효율을 높일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적, 다시 말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공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이 바탕이 되면 구성원들은 목표를 향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제대로 운영되는 조직에서는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사람이 생긴다. (물론 이런 야근도 제한되어야 한다. 반복되면 행복한 삶을 방해한다.)
무능한 상사는 조직을 제대로 이끌 능력이 없으니 야근과 같이 눈에 보이는 모습만 따라 하려는 것이다. 강요에 못 이겨 야근하는 조직과 정상적인 조직의 유사한 점은 전기 사용량 정도뿐이다.
상사에게 미운털이 박히지 않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시간이 실제 성과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신입사원도 다 안다. 자발적인 동기 없이는 성과는커녕 오히려 정규 업무시간의 효율까지 떨어진다.
기업의 오너나 경영자가 바라는 것은 회사일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 직원들의 태도일 것이다. 그러한 자발적인 태도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에 대한 동기 부여,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 동료 간의 신뢰 등이 기본에 깔려야 한다.
오늘도 정시 퇴근하는 직원들이 못마땅한 상사님들. 부디 늦게 까지 부하직원들 잡아 둘 궁리를 멈추시고, 어떻게 신나는 일자리를 만들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