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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Jan 01. 2017

술자리 거부권을 보장하라.

오해는 하지 마, 퇴근 후는 내 시간이야...

직장에서 직책을 맡으면 책임과 권한이 생긴다. 그중 중요한 것이 부하 직원의 시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타인의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내게 주어진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내 의도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힘이 아니다.


상사上司 [발음 : 상ː사] : 자기보다 벼슬이나 지위가 위인 사람
권력權力 [발음 : 궐력] :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따라서 다른 권력과 마찬가지로 직장 상사의 권력도 철저히 통제되어야 한다. 정당한 업무 영역을 벗어나거나 업무 시간이 아니라면 직책자의 권력은 효력이 없도록 제한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권력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유효하다고 착각하는 상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끝났는데 '이거 내일 아침까지 보고해'라고 일을 시키며 '퇴근 후 한잔' 당당하게 강요한다. 


이 시대의 명저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중에서


심지어 그런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사람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낙인찍고 공정하지 않게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당연히 어떤 상사도 그럴 권리는 없다. 


직장 상사는 자신의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업무 시간 중에도 업무 이외의 지시는 부당하며, 업무 시간이 아니라면 어떠한 강제적인 지시도 성립될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야근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내키지 않는 '퇴근 후 한잔'을 강요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특히 무능한 직책자들이 업무가 끝난 후 격려한답시고 '수고했으니 한잔'을 강요한다. 본인이 일 하는데 방해만 딱히 도움이 안 되었으니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이런 회식은 직원들에게 야근을 한번 더 안기는 셈이다. 


정 격려하고 싶다면 '수고했으니 오늘은 일찍 퇴근'을 외쳐라. 이때 부디 조건을 달지 마시라. '일 없으면' 또는 '바쁘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을 달면 누가 감히 움직이겠는가? 그 '조건'을 몸소 인증하게 되는 셈인데.


간곡히 직장 상사들에게 부탁한다. 기본적으로 상사와의 술자리를 즐기는 부하 직원은 별로 없다. 서운해도 할 수 없다. 본인은 안 그런가? 그러니 부하직원들에게 당당한 '술자리 거부권'을 보장하라. 그나마 '꼰대' 소리를 덜 듣는 방법이다. (사실 이런 거부권이 있어도 부하직원에게 당신의 술자리 제안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혹시 부하 직원들이 본인과 함께 술 한잔을 지나치게 꺼린다면? 그건 본인이 심각하게 반성할 일이다. 절대로 '왜 나를 피하느냐'며 문책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면 정말 모자라 보인다.




사족 1. 그럼 '술 한잔 하자'는 말도 못 하냐고 억울해하실 직장 상사를 위한 글도 생각 중입니다.

사족 2.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상사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노고가 많은 모든 직장인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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