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 위에 노는 놈
1일 다운로드가 500만을 넘었다 하니 정말 대단한 인기다. 실시간으로 듣거나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청취자까지 포함하면 대략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뉴스공장을 듣는 셈이다. 게다가 뉴스공장에서 생산된 기사를 접할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그 파급력은 쉽게 상상히 안 될 정도다.
이슈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출연해서 숨겨진 사실을 말하고 그 내용이 바로 기사화되니, 또 다른 핵심 인물들이 기꺼이 출연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말 그대로 뉴스 전달자가 아닌 뉴스를 생산하는 뉴스 공장이다. 시국이 안정되지 않는 한 뉴스공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식지 않을 것 같다.
여러 인기 비결이 있겠으나, 나는 '진지하지 않은 진행'을 첫 번째로 꼽고 싶다. 아무래도 공중파다 보니 김어준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은 수위 조절되지만, 격식을 버린 말투는 여전하다. 각 코너에 배정된 시간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요일과 시간대 별로 정해진 방송 순서는 참고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출연자의 마무리 멘트가 시그날 음악에 묻혀 끊기는 경우가 흔하고, 인터뷰이에게 질문이 남아 있으면 코너를 넘겨가면서 끝까지 묻는다. 심지어 다음 게스트의 시간을 다 써버려서 인사만 하고 떠나게 할 정도다
다시 생각해 보면, 민감한 주제에 대한 인터뷰에서 시간을 못 지키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서로 짜고 진행하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예정된 시간을 딱 맞출 수 있겠는가? 이렇게 시간에 쫓기는 아슬아슬한 김어준의 진행이 뉴스공장을 듣는 또 하나의 재미다.
달리 말하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팩트를 찾아가는 놀이다. 진지함은 진작에 개나 줘 버렸다. 연말특집 공개방송을 아침 7시에 하면서 '올 테면 와라'라고 부제를 붙이는 식이다. 이런 대범함은 김어준의 놀이 방식이다. (공식 제목은 '꼭두새벽 라이브'이었다.) 사람들은 그 놀이에 휴가까지 써 가면서 동참한다. 놀이니까 가능한 거다.
놀이라는 형식으로 그동안 진지한 만큼 재미없었던 시사 방송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 위에 노는 놈. 일찍이 김정운 교수가 강조한 말이다. 뛰고 나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것이고 노는 것은 '좋아서'하는 거다. '열심히'는 진지하고 '좋아서'는 재미있다. 재미있으니 남이 뭐라 하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든다. 그러니 '열심히'는 '좋아서'를 못 이긴다. 열심히만 해서는 그저 그런 수준밖에 기대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나는 진짜 좋아서 빠져 들었던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크게 이뤄낸 성과가 없다. 공부나 독서와 같이 바람직한 것뿐 아니라 당구도 초보 수준을 넘지 못했고 스타크래프트도 그랬다. 남들이 보면 지나치지 않는 성격이라 좋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나 스스로는 늘 고치고 싶은 부분이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재미없이 억지로 하던 일을 떠났으니, 더 이상 핑계 삼을 것도 없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일은 재미있는 놀이로 하고 싶다.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이제는 신나게 놀 시간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서 오신 분들을 위해 링크 추가 합니다
http://www.tbs.seoul.kr/cont/FM/NewsFactory/intro/intro.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