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호 Feb 04. 2017

고마운 마음은 표현되어야 한다.

1.

7, 8년 전쯤 스페인의 작은 도시로 출장을 갔었다. 기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혼자 지내려니, 벅찬 업무만큼이나 적적함이 크게 느껴졌었다. 게다가 출장 기간 중에 생일이 있었다. 명색이 생일인데 빵 쪼가리를 씹고 있으려니 더욱 처량했다. 


그나마 다행히 돌아오는 항공편은 대한항공이었다. 한국인은 고사하고 동양 사람도 못 보던 곳에서 지내다 오니 낯익은 얼굴만 봐도 반가웠다. 기내식은 미역국에 비빔밥. 평소 같으면 시늉만 낸 미역국이 별로였겠지만, 그날은 살짝 울컥할 정도로 미역국이 반가웠다.


이런 인상의 남자 승무원이 근무 중 이었다.

식사 시간이 지나고, 승무원에게 그런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인사를 하려고 할 때 갑자기 기류가 안 좋아졌던 걸로 기억한다.


인천 도착을 준비할 무렵, 그 승무원이 내 주변을 지나다 나에게 물었다.


혹시 하실 말씀이 있었던 거 아닌가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던 걸 눈치채고 기억해 준 것이 고마웠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역국이 얼마나 특별하게 반가웠는지, 본인의 업무에서 보람을 느끼시라는 말을 했던 거 같다. 바로 그때, 승무원 특유의 정중한 말투가 아닌 '일상어'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 뭐, 별말씀을..


밝은 웃음을 지으며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본인도 '일상어' 대응이 멋쩍었는지 곧바로 승무원 말투로 전환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진심으로 기뻐하며 행복한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그런 인사를 받아 보는 것이 처음인 듯 보였다. 어쩌면 고객의 불만에 대응하는 방법은 숱하게 연습했어도, 감사 인사에 대한 대응은 매뉴얼에 없었을지 모른다.


2. 

세상에는 두 가지 고객이 있다. 내가 겪었던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해주면서도 기분 나쁜 고객이고 다른 부류는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고객이다.


앞의 부류는 상대방의 수고를 당연히 여기는 사람이다. 분명히 쉽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을 알면서도 감사를 표하지 않는다. 비록 마땅히 해야 하는 업무라 하더라도 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 다시 그렇게 노력을 쏟기는 쉽지 않다.


뒤의 부류는 상대방의 수고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감사를 구체적으로 표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나의 수고를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하게 된다.


내가 계속해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상대의 수고를 인정하고 표현해야 한다. 특히 상대가 수고한 내용과 내가 얻은 혜택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렇게 납기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차질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는 인사가 단순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보다 진심이 전달된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절대 그럴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부모 자식 간에도 모른다. 감사한 일, 칭찬할 일은 미루지 않고 표현해야 한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감사함을 표현하는 마음씨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리라 믿는다.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읽어 주신 것만으로도 새로운 글을 쓰는데 힘이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다가 떠오른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