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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이 없는 세상

사무실 이외의 공간에서 업무를 금지하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

by 이진호

로테르담 파견 시절, Schiphol 공항은 언제나 붐볐다.


한눈에 봐도 출장 중인 사람들은 다들 노트북에 코를 들이 밀고 있었다.


깔끔한 비즈니스 복장에 커피 한잔을 곁에 두고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은


꽤 그럴듯한 그림이었지만, 밝은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apple-971117_1920.jpg 내 노트북에 사과 그림이 없어서 커피만 마신 건 아님


공항에서도 저렇게 일을 해야 되는구나



유럽 사람들이 업무 시간을 확실히 구분한다지만,


이제는 주말에 그들의 회신을 받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


어느 나이 지긋한 엔지니어가 얘기했듯이


이게 다 '빌어먹을' 첨단 기술 덕분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해외 출장 중이었어요.


이 말 한마디면 그동안의 무응답이 용서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택도 없는 변명일 뿐...


예전보다 일은 더 많이 하는데 과연 사람들은 그만큼 행복해졌을까?


아니 행복은 접어두더라도, 삶이 더 팍팍해진 거 같으니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확실한 건 여유 없이 일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는 거다.


어느 책에도 그런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최소한 지금까지 읽은 책에선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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