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호 Oct 16. 2016

무의식을 고용하면 성공한다.

나의 코 고는 소리를 의식에 알리지 마라 

내 코 고는 소리에 장인어른이 잠을 설치기 전까지는 내가 가끔 코를 곤다는 사실을 몰랐다.  신기한 것은 아내도 나의 코골이를 잘 몰랐다는 거다. 


그렇다고 아내의 잠귀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고 있는 게 맞나' 할 정도로 잠귀가 밝다. 일례로 한밤 중에 코피 때문에 깨어난 아이가 '엄마 코피'라고 속삭여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분명히 아내의 잠귀는 내 코 고는 소리와 아이의 속삭임에 '선별적'으로 반응한다.


어떻게 자면서 소리를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의 뇌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많은 정보를 무의식적으로(무심결에) 처리한다. 무의식은 수면 중에도 잠들지 않고 중요한 자극만 가려낸다. 쓸데없는 자극으로 수면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자극은 그중 극히 일부다. 


앞의 예에서 아내에게 나의 코 고는 소리는 쓸데없는 소리이고, '엄마 코피'는 당장 의식을 깨워야 할 중요한 자극이다. (뭐, 다 그런 거다.)


이렇게 생존이나 종족 번식에 영향을 주는 중요 정보는 무의식 중에도 무시되지 않고 의식으로 전달된다. 마치 무의식이 의식에게 '이봐, 중요한 정보가 들어왔어!'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만약 본능과 상관없는 문제도 무의식이 관여하도록 뇌를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어떤 과제가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 뇌를 속일 수 있다면, 무의식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해결책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24시간 깨어있는 해결사를 고용한 셈이다. 꽤 괜찮은 '사기'다.


다행히 이렇게 뇌를 속이는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짧고 강렬한 경험이다. 익사할 뻔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물을 무서워하는 식이다. 다만, 이 방법은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곤란하다. 


다른 방법은 반복이다. 하루 이틀 반복되는 생각은 무시할 정보로 버려지지만, 같은 생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보면 뇌는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될 중요한 문제로 간주한다. 바로 무의식이 나서게 되는 거다. 


출처 : http://techholic.co.kr/archives/17420


이런 무의식의 특징을 활용하라는 책이 '시크릿'류의 자기계발서나 황농문 교수의 '몰입'이다. 이런 책의 공통된 내용이 목표를 구체화하고 반복해서 되새기라는 거다. 이게 다 뇌를 속이고 무의식을 고용하는 방법이다. 


무의식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의식에 전달된다. 이전에는 무시했을 신문 기사, 주변 사람의 대화, 심지어 전단지의 글귀까지 까지도 무의식이 걸러낸다. 이렇게 되면 문제 해결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그 문제가 사소한 일상의 문제이든 꿈을 향한 목표이든 말이다.




앞의 이유로, 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단, 여기서 '간절히'는 누구처럼 눈감고 고개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을 향한 쉼 없는 실천이라는 전제 한다.


편의상 잠재의식과 무의식을 구분하지 않고 무의식으로만 적었음을 밝힙니다.
작가의 이전글 부재중이 없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