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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Nov 24. 2017

지금부터 하면 돼

중학생 때 수학 선생님에게 배웠던 삶의 지혜

나는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못 알아보거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난처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선생님이 있다.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인데, 심한 뻐드렁니가 인상적인 분이셨다. 수학에 대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따금 말씀해 주시던 그분의 삶의 지혜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중 하나가 공책에 필기하는 마음가짐에서 배운 가르침이다.


돌이켜 보면, 필기 잘하는 친구가 늘 부러웠지..


어느 날 수업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지저분하게 필기하고 있는 친구를 지적하셨는데, 그 친구는 다음 쪽부터는 깨끗이 쓰겠다고 대꾸했던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그 학생을 나무라기보다 반 전체 학생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다음 페이지로 미루지 마라.
지금부터 깨끗이 적기 시작하면 된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은 바로 지금부터 하면 된다.

그 말씀이 자주 떠오르는 것은 나도 그렇게 미루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망친 거 다음부터는...',  '좀 있다가 정시에 시작해야지', '다음 달부터는 운동을..', '내년부터는 규칙적으로...' 이런 식으로 미루기 말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그 선생님을 떠오른다. 미뤄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그냥 시작해 보는 거다. 특히 요즘 같은 연말 미루는 다짐이 많아 지는데 그럴 때 그냥 시작하는 거다.


굳이 1월 1일 시작할 필요가 있나? 오늘 떠오른 해나 새해 첫 해나 똑같은 건데. 오히려 남들 다 하는 새해 다짐보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사람이 더 멋져 보이지 않나?


사족. 그래서 내가 담배 끊은 날이 1월 1일이 아니라 2005년 6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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