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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Dec 31. 2017

취업준비생이 알아야 할 신입사원의 핵심역량

주업은 아니지만,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모의면접이나 채용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취준생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고요. 제 경험과 생각만으로는 부족한 듯하여 틈틈이 취업 컨설턴트의 책이나 강의도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를 이곳에 적어볼까 합니다.  


지난번에 취업 과정에서 답해야 하는 질문에 대해 기업의 관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핵심역량3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직 취업도 못했는데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입사 지원자에게 확인하려는 것이 '회사에서 원하는 신입사원이 될 역량이 있는가'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원하는 신입사원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것은 취업 준비에 꼭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모르면서 내 얘기만 하다 보면 듣는 사람의 머리 속은 'So what?'으로 가득 차니까요.


1. 직무역량

직무역량의 원래 의미는 '주어진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이를 신입사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신입사원이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복사나 서류 정리 같은 단순 업무뿐입니다. 대형 프로젝트에서 일을 주도해 나가는 신입사원은 드라마에서나 존재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실제 업무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회사도 그렇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신 준비가 잘 되어 있을수록 적응을 빨리 해서 성과를 낼 거라 예상하는 거죠. 그래서 입사 지원자에게 확인하려는 직무역량은 '업무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복사는 물론 스캔, 팩스, 메일송부까지 가능한 복합기는 신입사원의 친구입니다.


맡게 될 업무에 대한 준비 정도는 개인적인 특성과 객관적인 역량으로 나누어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특성은 성격, 적성, 태도, 가치관 같이 각자 내재되어 있는 성향이고, 객관적인 역량은 학교, 전공, 어학, 사회 활동, 자격증과 같이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흔히 말하는 스펙입니다.


다시 말해, 입사 지원자는 '내가 지원한 직무는 어떤 역량이 중요한데,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러저러한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앞으로 그 일을 잘할 수 있습니다'라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면접관으로 참여해보면, 지원한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본인의 강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 없이, 자신의 강점만 나열하는 취준생들이 많습니다. 결국 자기 자랑으로 가득 찬 자기소개가 되는 거죠. 자신이 갖고 있는 직무역량이 지원 직무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가 설명되어야 살아있는 자기소개가 됩니다.


직무역량을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는 회사를 다녀보면 알게 될 겁니다. 업무 능력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인간성이 더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지만, 업무능력과 인간성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업무능력입니다. 결국 회사는 일하는 곳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직무역량을 확인하려 합니다. 취업과정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질문이 같은 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대표적으로 이런 질문들입니다.


직무능력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한 분야는 무엇인가?
직무와 관련된 경험, 활동을 소개해 보라.
프로젝트 중에 가장 성취감 있었던 경험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웠던 일과 극복할 수 있었던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었나?
왜 우리가 당신을 고용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화려하고 다양한 스펙을 늘어놓다 보면 '기회만 생기면 다른 회사로 이직할 사람'이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지원 직무에 필요한 스펙인지 선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스펙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지원 직무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제시하면서 본인이 그것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면 충분합니다. 그동안 만나봤던 신입사원들을 떠올려 보면 그렇게 대단한 스펙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스펙이 업무 능력과는 별로 상관없더군요.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랬습니다. 그러니 그럴듯한 스펙이 없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참신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 보길 권합니다.


명심해야 합니다. 채용 과정은 '저 이렇게 잘난 놈입니다'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제가 그 직무에 필요한 사람입니다'를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아무리 좋다고 광고하는 물건도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직무역량에 대한 이야기는 직무 분석과 함께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하겠습니다. 자신의 직무역량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직무 분석이 우선입니다.)



2. 협업능력

직무역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협업능력입니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라면 협업 없이 진행되는 업무가 거의 없습니다. 내가 맡은 업무의 전, 후 단계의 담당자가 있고, 나의 업무는 다른 부서나 동료의 협업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스펙이 아무리 대단한 직원이라도 동료들과 협업이 안된다면 일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습니다.


달리 말해서 '협업능력이 없다'는 의미는 '그 사람과 같이 일하기 싫다'는 겁니다.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있거나 배려심이 없는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죠. 한마디로 직장 매너가 잘못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조직도 드물겠지만, 한 명도 없는 조직은 없습니다. 직장 내 '돌아이 보존법칙'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문 걸어 잠그고 컵을 던지면 안됩니다.


예전의 제 경험입니다. 후배 사원들에게 새로 구축한 전산 시스템에서 발견되는 에러를 기록해 달라고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베타테스터 역할을 해 달라는 부탁이었죠. 양식은 상관없다 했더니 나중에 제출한 방식이 각자 스타일대로 였습니다. 미안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한 엑셀 파일부터 편하게 적은 이메일까지 다양했죠. 그런데 Y대리는 성의 없이 끄적인 작은 포스트잇을 내밀더군요. 황당했습니다. 설사 부하직원에게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넘길 수 없어서 제가 한마디 했죠.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양식은 상관없다면서요?


한 번의 단순한 실수였을지도 모르지만, 이후 지켜보니 Y대리는 배려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도 계속 마찰을 빚었으니까요. 결국 Y대리는 몇 년 후 퇴사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직장 생활을 잘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비록 Y대리가 좋은 스펙에 흔히 말하는 S대 출신이었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협업능력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울려 일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만 확보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각자 개성이 다르지만, 대부분 주변 사람들과 큰 문제없이 어울려 지내니까요. 면접관이 '그런 경험(경력)이 있다면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데 문제가 없겠군'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사례면 충분합니다.


협업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토론면접이나 팀 과제를 시키기도 합니다. 회사와 유사한 상황에서 태도를 지켜보는 거죠. 여기서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지만, 상대를 이기는 것이 잘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는 서로의 문제를 최소화하며 win-win 하는 해결책을 찾아갈 줄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토론면접이나 팀 과제에서 너무 두드러지게 활약(?)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보완책을 찾아가는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정리하자면, 협업능력이 합격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협업이 힘든 사람으로 분류된다면 충분한 탈락 요건이 된다는 겁니다. 너무 걱정 마시고 나의 협업능력을 입증할 몇 가지 근거를 정리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3. 회사에 대한 애착 (loyalty?)

(이를 역량이라고 하기는 좀 부적절합니다만, 편의상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취업 경쟁률이 극심한 요즈음, 앞의 두 조건을 만족하는 지원자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회사나 개인 모두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겁니다. 일방적인 충성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으로서 회사에 기여를 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신뢰를 '회사에 대한 애착'이라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 마음 없이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월급날만 기다리는 직장생활일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은 고사하고 떠나야 할 이유만 쌓일 뿐이죠. 회사에 대한 애착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회사의 잘못도 있을 수 있고, 직원 탓도 있겠지만 결국 신입사원 퇴사로 이어집니다.


기껏 뽑아놨더니 1년도 안돼서 회사를 떠나 버린다면 회사의 손실은 상상 이상입니다. 단순 급여 이외에도 채용과 교육에 투자된 비용, 인원 공백으로 인한 업무 차질 등 수천만 원 이상의 손실이죠. 그래서 기업은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팀장이나 부서장의 핵심 성과지표(KPI)에 '신입사원 퇴사 인원'을 포함시켜 관리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을 오히려 상승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대략 3명 중 1명은 1년 안에 회사를 떠나는 셈이죠. 게다가 제일 높은 퇴사 이유가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라고 하니 기업의 인사담당 부서는 '제대로 뽑은 거 맞냐'는 경영층의 질책을 받을만한 상황입니다. (만약에 어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1/3이 불량이라면, 그 책임 부서는 무사할까요?) 



일단 채용 후에는 조기 퇴사를 막기 위해 노력해 봐야 한계가 있습니다. 훌륭한 인재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최종 합격 후 첫 출근부터 나타나지 않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회사의 채용 공고를 찾아보고 있겠죠. '훌륭한 인재'는 다른 회사로 이동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면접장에서 "우리 회사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할 생각이냐?"라고 물어보면 뻔한 대답밖에 들을 수 없겠죠.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지원동기'나 '10년 후 포부' 같은 질문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대답할 문제가 아닙니다. 지원한 회사를 포함하는 진지한 인생계획이 없었다면 경쟁력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없죠.


이런 질문에 대해 맘 속에 있는 솔직한 대답은 뻔합니다. 학교 졸업했으니 돈 벌면서 안정적으로 잘 사는 거죠. 하지만 그런 마음만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하루하루 견디는 생활일 뿐입니다.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본인의 인생을 위해 내가 지원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하겠다는 고민과 계획이 꼭 필요합니다.


지름길을 알려 드릴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이런 내용은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밖에요. 그 고민의 깊이는 자소서와 면접 보는 자세에서 분명히 드러날 것이고, 인사담당자는 그런 지원자를 놓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정석대로 가는 길이 어쩌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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