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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Dec 24. 2017

본인이 CEO라면 어떤 사람을 채용하겠습니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고요.

주업은 아니지만,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모의면접이나 채용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취준생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고요. 제 경험과 생각만으로는 부족한 듯하여 틈틈이 취업 컨설턴트의 책이나 강의도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를 이곳에 적어볼까 합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준비할 때 꼭 챙겨봐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교수님의 농담까지도 적어 놓은 노트도 중요하고 최근 몇 년간의 기출문제도 빠질 수 없겠죠. 이런 것들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시험 문제를 미리 알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무슨 문제가 나올지 훤히 꿰뚫어 본다면 시험 결과는 보나 마나니까요.


취업도 일종의 시험입니다. 일반적인 시험과 다른 점은 문제가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적성은 그렇다 치고, 자소서나 면접 질문은 대부분 단골 문제입니다. 그런 질문에 대한 대비는 누구나 합니다. 그런데도 당락이 나누어지는 것은 기업의 출제의도에 얼마나 적중하느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질문은 다들 알고 있지만 출제자가 원하는 정답을 찾기 어려운 시험인 셈이죠. 즉 질문을 미리 아는 것보다 질문의 숨은 의도를 제대로 아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렇다고 시중에 넘쳐나는 모범답안을 이용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참고를 할 수는 있겠지만,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기업은 '준비된 척'하는 지원자를 골라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면접관을 비롯한 인사담당자는 그런 빈틈을 찾아내는 전문가입니다. 설사 지난해에 통했던 모범 답안이라도 비슷하게 써먹었다가는 바로 광탈각입니다. 따라 하지 말라고 해도 그대로 베끼는 지원자가 있으니까요. 그것도 아주 많이.


채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더 훌륭한 답이 보입니다.


저는 취준생들에게 '본인이 회사의 대표라면 어떤 사람을 뽑겠는가'라고 깊게 고민해 보기를 권합니다. 며칠이 걸려도 좋으니 '사장님'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 보라는 거죠. 취업과 채용이라는 대결에서 나의 당락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업, 더 정확히는 기업의 최종 결정권자가 판단하니까요.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본인이 회사의 대표라면 어떤 사람을 뽑겠습니까?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이 우선일 겁니다. 기업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신입사원은 출근하는 날부터 늘 하던 일인 냥 능숙하게 일을 해내는 사람이겠죠. 다행히 그런 신입사원은 현실에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학점이 좋아도, 심지어 같은 회사의 인턴 출신이라도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일을 '잘' 배울 수 있는 사람, 즉 '직무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기를 쓰는 겁니다. (회사를 다녀보면 압니다. 업무 능력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인간성 좋은 사람을 뽑겠지만, 업무능력과 인간성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업무능력입니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니까요.)


취준생들은 '직무역량'을 '당장 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학교만 열심히 다녔는데 어떻게 직무역량이 있겠냐'는 질문을 합니다. 학교에서 직접적인 업무능력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은 기업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알고 싶은 '직무역량'이라는 것은 '일을 가르치면 잘 알아듣겠느냐'입니다.


면접 장소에서 '우리 회사는 이러저러한 일을 하는데 잘할 수 있겠나?'라고 묻는다면 모든 지원자가 자신 있다고 대답할 거 아닙니까? 그런 뻔한 질문으로는 분별이 안되니 여러 가지 테스트를 고안해 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해 보려는 거죠. 또 한 번 알려진 문제에는 어떻게든 모범 답안을 외워버리니까 새로운 시험과 질문을 찾아내는 거고요.


직무역량을 묻는 출제자의 의도를 알았으니 나만의 답변을 준비할 차례입니다. 우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정리합니다. 그리고 지나 온 경험을 통해 어떤 역량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추가 입증 자료는 없는지 정리해야 합니다. 역량을 입증할 자료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이러한 본인에 대한 고민과 자료 정리 없이는 알찬 자소서나 1분 자기소개가 나올 수 없습니다. 첨삭받으면 될 거 같지만, 문구만 세련되게 바꾼다고 해서 알찬 자소서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컨설팅받은 티가 팍팍 나는 흔해 빠진 자소서가 되는 거죠.


그래서 그게 우리 회사에 무슨 도움이 되는데?


나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모았다면 철저히 기업의 입장에서 그 자료를 분석해야 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의 역량을 입증할 수 있다면 좋습니다. 사소한 에피소드나 개인적인 가치관도 당신을 채용해야 할 훌륭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단한 공모전 수상 경험이라도 회사에서 원하는 역량이 녹아나지 않는다면 단순한 자기 자랑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게 우리 회사에 무슨 도움이 되는데?'라는 질문 답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분석이 따라줘야겠죠.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정리하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취업이라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기업의 관점에서 충분히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취업 과정에서 묻는 것은 직무역량만이 아닙니다. 직원을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사소한 것도 허투루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메일 주소도 꼼꼼히 보게 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채용은 미래가 좌우되는 중요한 시험이니까요. 직무역량 이외의 다른 질문에 대해서 앞으로 더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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