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호 Jan 18. 2018

입사지원서 준비 방법

뻔한 질문에도 답변을 못 찾는 취준생을 위한 조언

본인의 강점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고, 그것이 OOOO(주)의 비전 달성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서술하시기 바랍니다.

OO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포부에 대해 기술해 주십시오. (500자)

지원자가 OOO 및 지원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OO공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입사 후 공사에서 어떤 업무를, 왜 해보고 싶은지에 대해 기술하시오.

우리 공단에 입사 지원한 동기 및 입사 후 실천하고자 하는 목표를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본인의 역량과 결부시켜 작성해 주십시오.(200자~300자 이내)


입사지원서를 준비하면서 비슷한 내용의 질문을 자주 보게 됩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면서 이력서만으로는 지원자를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은 지원자 입장에서 자신의 진로(career path)를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생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소신이 확고한 지원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결국 티가 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런 질문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은 임박한 취업을 위해서나 장기적인 경력 설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미 다 알려진 질문들이지만, 많은 지원자들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문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거죠. 왜 그럴까요?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 다니고 싶은 회사(또는 직무)라는 확신이 없는 것 아닐까요. 솔직히, 진심으로 입사하고 싶어서 가슴 설레며 채용 공고를 기다린 지원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여기서 '진심'의 뜻은 연봉, 장기근속, 복지제도 등이 좋아서 선호하는 회사라는 뜻이 아니라 '진짜 그 회사에서 그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을 의미합니다. 그런 순수한 열정이 있는 척하려니 난감한 거 아닌가요?


체계적으로 취업을 준비했다면, 면접관이 묻지 않아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텐데요.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는 직무와 회사를 결정했다면, 채용 공고를 보기 전에 위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취업 관문의 열쇠가 될  해답을 찾게 되죠. 채용 공고가 임박해서 급조한 답변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날 겁니다. 지원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그 일에는 무슨 역량이 필요한지, 본인이 그 역량에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지에 대한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겠지요. 회사는 그렇게 제대로 준비한 사람을 채용하려고 합니다. 이제 기업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를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어디든 걸려라'라는 심정으로 지원한 사람을 걸러내려는 것이 채용 과정의 핵심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입사지원서는 써야 하기에..


그렇다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취업을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취업 준비를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자소서에 적어야 할 경험을 신경 쓰지 못한 채 4학년이 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도적으로 1, 2학년부터 미래 직업을 설계하는 교육 과정이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 글의 주제를 넘어서는 것이라 생략하겠습니다. 대신 평범하지만 열심히 대학생활을 한 취준생들에게 그래도 나름대로 통하는 속성 취업준비 방법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해당 직무에 대해 자세히 알아내기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직자에게 직접 듣는 겁니다. 전형적인 하루 일과, 가장 보람 있는(or 짜증 나는) 업무, 필요한 역량 등을 진솔하고 상세하게 들어봐야 합니다. 그렇데 취준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하면, 현직자를 만날 방법이 없다거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물론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겁니다. 저는 솔직히, '취업하려는 마음이 그렇게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냐'라고 다시 묻고 싶습니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습니다. 마음만 있다면, 학교 선배나 한 다리 건너 그 회사에 근무 중인 사람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꼭 그 직무가 아니라도,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지원하려는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도저히 없다면, 퇴근 시간에 그 회사 앞에서 기다리다가 인상 좋아 보이는 사람에게 잠시 시간을 내 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자기가 속한 회사에 그토록 입사하고 싶다는 취준생을 매몰차게 뿌리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저한테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기꺼이 저녁까지 사 준 기억이 있습니다.)


취업정보 사이트나 책을 찾아보면 현직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정보는 누구나 다 참고하는 정보라서 차별성이 없습니다. 공식적인 내용이라 생동감도 떨어지죠. 그런 소재로는 임팩트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쉬운 방법은 차선책일 뿐 경쟁력이 없습니다.


현직자를 통한 직무 이해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아는 만큼 답변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직무에서 필요한 역량 정리

전형적인 하루 일과나 주요 업무를 알게 되면 그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정리합니다. 예를 들어, 지원하려는 직무에서 '고객과의 기술 미팅이 가장 중요하고 빈번한 업무'라는 것을 알았다면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능력, 기술에 대한 자기개발능력 등이 핵심역량일 것입니다. 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대처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면, 문제해결능력이나 자원관리능력 등이 우선 필요한 역량이겠지요.


직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 어떤 직무나 필요한 역량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가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선박보증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Claim을 해결하기 위한 문제해결능력, 고객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한 대인관계능력, 유관 부서와 협업을 위한 의사소통능력 등, 사실 NCS 직업기초능력 중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3. 자신의 강점과 역량 연결하기

지원 직무에서 필요한 역량 중에서 본인과 가장 가까운 역량을 결정합니다. 여기서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습니다. 100% 확신할 수는 없더라도, 본인의 성격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그나마 자신할 수 있는 역량을 선정하면 됩니다. 물론 그 역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력이나 경험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렇게 입사해도 결국은 미생


이제 자신의 강점과 역량을 연결해서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 차례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의사소통능력이면서 기술영업직에 지원한다면 이렇게 조합될 수 있죠.

고객과의 기술 미팅이 일상인 기술영업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의사소통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3학년 여름방학 중 oooo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중략... 입증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이러한 역량을 통해 회사의 수익 증대와 고객 만족에 기여하겠습니다.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강점은 하나일 수밖에 없지만 그 강점이 필요한 직무는 많기 때문에 다양한 직무에 맞게 자신의 스토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자기분석을 통한 강점이 왜 그 직무에 꼭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연결되는 스토리가 있어야 설득력이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속성으로 만든 스토리가 정석으로 취업에 대비한 내용보다 경쟁력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의 강점을 세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꼼꼼함... 둘째는 부지런...' 이런 식으로 지원 직무에 본인이 강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언급 없이 자기 자랑으로 끝나는 자기소개는 피할 수 있습니다.


부디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막막한 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주업은 아니지만,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모의면접이나 채용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취준생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고요. 제 경험과 생각만으로는 부족한 듯하여 틈틈이 취업 컨설턴트의 책이나 강의도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를 이곳에 적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직무역량을 말하려면, 자기분석이 우선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