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잘해도, 싫은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회사는 결국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이므로 일 잘하는 동료를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업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정도가 심하면 조직을 크게 망가뜨리기도 하죠. '그래도 뭐 일은 잘하니까'라며 참다가도, 가끔은 격하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런 동료를 3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제 나름의 대책도 적어 놨습니다. (참고만...)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부류 중에 실제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 꽤 많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라도 일을 열심히 하니까요. 그렇게 만들어 낸 자신의 성과를 가지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면, 단지 잘난 척하고 싶어서 애써 일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부류 사람들이 업무 지식에도 욕심이 많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매우 훌륭한 잘난 척 거리죠. 본인은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다른 동료들과도 잘 공유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문제는 그들의 태도입니다. '여태껏 이것도 몰랐냐'는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니, 도움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을 리가 없습니다. 겉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그래 너 잘났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를 수밖에요.
또한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공유해줘 봐야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미 알던 내용이라면 '그걸 이제 알았냐'라며 상대를 무안하게 하거나, 아직 모르던 것이라면 '별거 아니네'라며 무시하는 거죠. 이런 부류에게는 공유해야 할 정보가 있어도 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이들은 스스로 언제까지나 앞서갈 거라 믿습니다. 다른 동료의 업무 능력은 시답잖아 보이고 본인이 더 잘났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큰 착각입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는 공자님의 말씀처럼 우리 주변에는 항상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적어도, 한 사람이 모든 분야에서 앞서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조직에서 협업하는 사람을 능가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지위가 올라갈수록 부하 직원들의 정보에 의지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런 부류는 그런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됩니다. 주변 동료들이 '혼자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며 도와주지 않으니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없죠. 결국 이런 부류는 조직에서 고립되고 퇴출되고 맙니다.
>> 대책 : 일명 우쭈쭈 대응
이런 동료와 일을 할 때는 마음을 비우고 무조건 치켜세워 주면 됩니다. '정말 대단하세요'라고 영혼 없이 띄워 주면서 속으로는 '그래 너 잘났다'라고 외치는 거죠. 어쨌는 일은 잘하니까 이렇게 '우쭈쭈' 해주면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요령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부류들은 본인이 진짜 대단해서 그러는 줄 알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다행이죠.
애덤 그랜트는 <기브앤테이크>에서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를 차지하는 것은 테이커(taker)가 아닌 기버(giver)라고 말합니다. 테이커는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사람이고, 힘을 갖게 되면 도움이 되지 않는 동료나 아랫사람은 냉정하게 내친다고 하죠. 이러한 행동들이 누적되면서 결국 추락하기 때문에 성공 사다리의 가장 높은 곳까지는 오르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사실 직장에서 이렇게 잔인하거나 극악무도한 테이커를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없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소한 일에도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람은 드물지 않죠. 이런 부류는 밥을 한 번 사면서도 나름의 계산이 있습니다. 특히 같이 일을 해보면, 조금이라도 일을 덜 하거나 유리한 일을 맡으려고 온갖 수단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계산기는 늘 바쁘게 돌아가고 있죠.
이런 사람은 본인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딴에는 스스로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감안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고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들의 계산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눈 앞의 작은 것을 챙기느라 정작 더 큰 것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입니다. 상사는 부하직원을 승진시킬 명분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일을 시킵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부하직원은 단지 일거리만 늘어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 일을 거부하죠. 부하직원은 본인의 일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만족하겠지만, 상사의 입장에서는 눈 앞의 이득만 생각하는 부하직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제가 겪은 일도 있는데요. 두 명의 계약직 직원이 있었는데, A 사원은 조금이라도 업무가 늘어나면 그것을 따져 들었고, B 사원은 부가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냈습니다. 어쩌면 A 사원은 본인의 당당한 태도를 스스로 대견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이롭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은 A 사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아쉬움 없이 지켜보았습니다. 반대로 B 사원의 경우,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불가했을 때 다른 직장에 추천서를 써 주었습니다. 지금쯤, A 사원은 본인의 계산이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불합리한 상황에도 무조건 복종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계산이 완벽하다고 믿는 헛똑똑이 되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 대책 : 가능하면 멀리 하는 게 상책
사실 이런 유형은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본인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서는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그에게 돌아갈 이득이나 손해를 충분히 납득시켜야 합니다. 당신이 상사라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 있음을 명백히 하는 상사의 권위를 이용하는 편이 빠를 수도 있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 가장 나쁜 상사는 부지런하면서 멍청한 상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능력은 안되면서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기 때문이죠. 제 경험으로는, 조직에 가장 해로운 직원은 부지런하면서 그릇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높은 직위에 올라갈수록 조직을 잘못된 방향으로, 그것도 아주 부지런히 이끌어 가니까요.
가치관이 올바르지 않으면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온갖 편법이나 술책을 동원하죠. 당장은 성과를 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을 완전히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관이 그릇된 사람은 조직에서 퇴출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하게 해야 조직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제시하는 의견과 아이디어에는 다른 계략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을 위하는 제안 같지만 알고 보면 본인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이죠. (그래서 이 유형의 사람들이 앞에서 말한 테이커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회사를 위해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본인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속셈이 있는 식이죠. 하긴,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겁니다. 문제는 순수한 의도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과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억지로 끼워 맞춘 논리가 성공적으로 끝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래서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은 보직 이동을 통해서 기회를 한번 더 기회를 주지만, 태도가 나쁜 직원은 바로 해고했나 봅니다. 지금 당장 성과를 낼지는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조직의 문화를 파괴할 위험이 있으니까요.
>> 대책 : 경계를 늦추지 마라
일단 일은 열심히 하니까 잘 부려먹어야 합니다. 대신 나쁜 속셈이 있는지 늘 경계해야 합니다. 기회만 있으면 본인의 욕심을 채우는 방향으로 계략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견제 세력을 만들어 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각각의 유형마다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지만, 그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정작 본인이 이렇다는 것을 모를 테니까요. 원래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모릅니다. 특히 나쁜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