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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Mar 04. 2018

인생을 바꾸는 자투리 시간 활용

스스로 반성하고 다짐하는 글

1.

대학 시절, B라는 동기가 있었다. 졸업을 걱정하던 나와는 달리 항상 성적이 우수한 친구였다. 물론 (나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는 많았지만, B는 그들과 달리 공부하는 티를 거의 내지 않았다. 적어도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다. 그렇다고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괴짜 천재도 아니었다. 모임에서 어울릴 줄도 알고 같이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친구였다.


한번은 내가 며칠 동안 쩔쩔매고 있던 동역학 문제를 B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나로서는 자존심을 굽혔다기보다는 오기를 접은 셈인데, 그 문제 하나에 더 매달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B는 내 입장을 배려해서인지, "그 문제, 나도 쉽지 않았는데..."라고 말을 흐리더니 막힘없이 풀잇법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그렇게 고민한 문제를 쉽게 풀어 버리다니, 그 친구의 배려의 말은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는 B가 하루 종일 도서관에 처박혀 있지도 않고, 할 것도 다 하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그렇다고 차마 그 비결을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 앉아있는 B를 발견했다. 공강 시간을 이용해서 그날 들은 수업을 복습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B의 공부 비결을 바로 이해했다. 나 같은 부류가 애매한 시간이라며 허투루 보냈던 자투리 시간을 B는 늘 그렇게 알차게 활용했던 거다. 요란스럽지 않아도 짬이 날 때마다 쌓아놓는 학습량이 B의 우수한 성적 비결이었다.


현재 B는 외국의 유명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제는 페북으로나마 소식을 듣는 사이지만, 지금도 그렇게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2.

'독서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 (https://brunch.co.kr/@wonimini/12)에서 이미 밝혔지만, 나는 지독히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평범한 책 한 권을 읽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몰랐을 정도였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자랑처럼 하고 있다) 그러니 무독서인(無讀書人)을 벗어난 초기에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분량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지금은 독서에 대한 조바심이 훨씬 줄었지만, 그때는 늦게 시작했다는 조바심에 잠깐의 짬이라도 책을 펼쳤다. 그렇다 해도 10분 이하의 짧은 독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 흐름이 끊겨서 전체적인 내용이 머리에 남지 않았다. 최소 15분은 읽어야 의미 있는 독서가 이어졌다. 그래서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 최소 시간은 15분이라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항상 지켜지지는 않지만)


15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면 그 보다 오랜 시간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15분은 하루의(24시간 x 60분 = 1,440분) 1/100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일주일이면 1시간 45분, 2주면 3시간 30분이 된다. 웬만한 책 한 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즉 하루의 1/100만 투자하면 한 달에 책 한두 권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비난할 생각이 전혀 없고 사실 그럴 입장도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과연 하루에 15분도 여유가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분명히 있긴 하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서 만난 일은 없다. 차라리 그냥 독서가 싫고 재미없다면 그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냈다.


독서 얘기가 나온 김에, 나는 책은 자투리 시간에 읽는 거라는 진리를 뒤늦게 깨달았다. 재미있는 책을 감질나게 읽다 보면 하루 종일 책만 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여유는 자주 오지 않는다. 대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15분을 찾는다. 예를 들면, 출근 후 업무 시작 전이라거나 점심 식사 후는 꿀 같은 시간이다.


사람이든 기차든 무언가를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도 여러모로 책 읽기에 좋은 기회다. 책이 있으면 우선 지루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찍 도착해도 부담이 없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약속에 늦어 발생하는 문제도 피하고 좋은 평판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보다 훨씬 '있어 보인다'. 따라서 항상 가방에 책이 있어야 맘이 편하다.


3.

자투리 시간의 효용은 업무에도 적용된다.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고 그렇게 모여진 하루가 1년이 된다.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중요한 이메일을 보내고 나니 다음 회의까지 15분 정도 남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 시간에 회의를 준비할 수도 있고 긴급한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무엇을 하든 의식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자투리 시간을 그냥 의미 없이 보내는데 익숙하다. 뉴스 검색을 하거나 일 하는 척하거나.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은 상황에 따라 질(quality)이 달라지지 않는다. 잠에서 깨기 싫어 '5분만'을 외치던 시간과 의미 없이 TV 채널을 돌리며 흘려버리는 시간은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일이 밀려 피할 수 없는 야근의 시간과 어물쩡 거리며 보낸 자투리 업무 시간의 질은 완전히 같다. 다만 그 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효용이 달라질 뿐이다.


돌아보면, 아무리 바쁜 업무 중이라도 자투리 시간을 모으면 한 시간은 족히 될 거 같다. 그러니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늦게 시작한 독서를 따라잡겠다는 욕심에 틈만 나면 책을 펼쳐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만큼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을 거듭 새기고 있다. 다만 그 목적은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뭔가에 계속 쫓기는 형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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