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면접관 참여 후기
지난해부터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취준생을 만나고 있습니다. 취준생들이 처한 상황은 각자 다양하지만, 준비가 미흡한 부분은 다들 비슷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같은 조언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취준생들이 많이 놓치는 아쉬운 점과 그에 대한 저의 조언을 정리해 봤습니다. 혹시 본인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닌지 한 번쯤 점검해 보기를 바랍니다.
많은 취준생들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암기'한 답변을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못합니다. 외운 것을 기억해 내려고 애쓰면서 본인도 모르게 어색한 행동을 하게 되죠. 대표적인 것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눈동자입니다. 암기한 내용을 떠올릴 때 나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죠. 이런 시선으로 답변하는 내용은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기 이야기가 아닌 암기한 내용일 테니까요.
반대로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한 답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딴에는 틀리지 않고 잘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열심히 외우긴 했네'라는 생각만 듭니다. 차라리 좀 더듬거려도 마음속에서 나오는 답변이 더 신뢰가 갑니다.
면접장에서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런데 일부러 긴장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긴장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긴장하지 말라'는 조언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면접관도 이를 이해하기 때문에 적당히 긴장하는 모습은 감점 요소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지원자는 '프로면접러' 같아 보여서 경계심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심하게 긴장하는 취준생에게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충분히 반복해서 리허설 하라고 권합니다. 자기소개,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협업 경험, 장단점, 가장 힘들었던 경험 등 단골 질문에 대해 리허설을 반복해 보면 긴장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최소한 자기소개는 언제든지 술술 나올 정도로 반복해야 합니다. 자기소개를 자신 있게 해놓고 나면 다른 질문도 자신감이 붙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리허설은 준비한 스크립트를 중얼거리는 수준의 연습이 아닙니다. 면접장과 같은 자세와 목소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고 답변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20번 이상 해야 합니다. 중간에 버벅거렸다면 무효입니다. 20번이라는 횟수는 제가 예전에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겁니다. 그 정도 반복하면 말하려는 내용이 술술 나오기 때문에 자신감이 붙고 청중의 눈을 바라 볼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야 외운 티가 나지 않는 진짜 '자기소개'가 됩니다.
면접관이 무엇을 묻고 있는지 질문의 핵심을 놓치고, 본인이 준비한 내용으로 답변하려는 취준생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이야기도 질문과 '핀트'가 맞지 않으면 적절한 답변이 될 수 없습니다. 단지 말귀가 어두운 사람으로 보일 뿐이죠. 면접관 입장에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탈락시켜야 할 대상입니다. 능력은 그다음입니다.
많은 취준생들이 '면접관이 원하는 정답'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이런 동문서답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질문에 따라 '나의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그보다 더 그럴듯한 대답을 하려다 보니 질문의 의도를 놓치는 거죠. 예상 질문과 비슷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질문의 취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준비한 답변은 과감히 버리고,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해야 합니다.
취준생들이 정답으로 여기는 참고자료가 또 있죠. 취업 사이트에 올라오는 합격자 답변과 취업 컨설턴트의 모범 답안입니다. 하지만 합격자 답변이라고 맹신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합격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합격 기준을 통과했을 뿐입니다. 모든 답변이 정답이었을 리 없습니다. 잘못하면, 탈락하게 만들 뻔한 답변을 내가 따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한걸음 더 들어간 면접관의 질문에 무너집니다. 나한테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컨설턴트의 모범 답안 역시 참고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보기에 괜찮은 답변이라면, 그것을 모방하고 싶은 사람이 나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면접관은 많은 지원자를 만나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의 답변은 바로 눈치챕니다. 역시, 더 들을 필요도 없는 탈락 후보가 되는 거죠.
취업 면접은 학교 시험 같이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진솔한 나의 이야기가 면접관이 원하는 정답입니다. 면접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하기 위한 비책은 없습니다. 뻔한 이야기입니다만, 면접에서 빈번히 묻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두어야 면접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비록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면접도 엄연한 대화의 한 형태입니다. 그래서 면접에서도 성공적인 대화를 위한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태도죠.
면접관에게도 면접은 부담되고 어려운 업무입니다. 우선 면접에 참여하느라 미뤄 둔 본인의 원래 업무가 걱정됩니다. 계속 반복되는 질문과 비슷비슷한 답변도 지치게 만들죠. 단지 몇 마디 대화를 통해 인재를 골라내야 한다는 것도 어렵고, 나중에 '누가 저런 신입사원을 뽑았나'라고 욕먹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게다가 옆에 있는 다른 면접관의 눈치도 봐야 합니다. 본인이 그 자리에서 최고 직위가 아니라면 말이죠.
이런 면접관의 입장을 알고 나면 왜 결론을 먼저 그리고 간결하게 대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지치는데 두루뭉술한 답변에 짜증이 날 수도 있겠죠. 면접관은 결론부터 말하는 '회사어'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부디 '결론 먼저 그리고 부연설명'하는 답변 방식을 충분히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입사 후에도 명심하세요. 신입사원들이 이것 때문에 많이 혼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더 나아가, 답변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와 지원 직무에 대한 이해 없이 본인의 장점만 주장하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채용을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내가 왜 필요한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면접 답변만 보면 훌륭한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다들 리더로서 팀원들을 이끌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강점이 지원 직무에 왜 필요한지 모릅니다. 본인이 그 일에 적격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지원 직무가 뭐하는 일인지 물으면 답변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과연 당신이 사장이라면 그런 사람을 채용하고 싶겠습니까?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회사 입장에서 입사 지원자에게 무엇을 기대할지 깊게 고민해 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