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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Apr 23. 2018

존경스러운 직장 상사의 특징 3가지

내가 닮고 싶은 상사의 모습

상사가 엿 같으면 회사가 지옥_미생 127수 중에서


상사가 '엿' 같으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도 지옥이 된다는 사실, 겪어 본 사람은 금방 동의할 수 있을 겁니다. 하루 종일 상사와 부대끼는 직장인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상사가 곧 회사'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직장인이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는 직속 상사에 의해 결정되니까요.


직장인들이 이직하는 이유를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빠지지 않는 몇 가지 항목이 있습니다. 낮은 연봉, 과도한 업무, 열악한 복지, 비전 실종, 상사(동료)와의 갈등 등이죠. 그중에서 '상사(동료)와의 갈등'이 이직 이유 1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날마다 느끼는 스트레스는 다른 항목에 비해 훨씬 심한 것 같습니다. 다른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 하더라도 못된 직장 상사만큼 짜증을 유발하지는 않으니까요. (참고로, 이직 이유 1위는 대개 연봉입니다. '금전적 보상'이 직장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실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좀 씁쓸합니다.)  


문제는 괜찮은 상사를 만날 확률이 극히 낮다는 거죠. '상사 때문에 회사 다닐 맛이 난다'라고 자랑하는 직장인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세상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상사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넘쳐나는 걸 보면,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 통하는 상사와 함께 근무하고 있다면 감사할 노릇입니다. 


다행히 저는 존경할 만한 상사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하 A팀장이라 부르겠습니다) 비록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장 상사도 존경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기회였습니다. 만약 A팀장을 만나지 못했다면 '세상에 존경할 만한 상사는 없다'라고 나만의 믿음을 굳혔을 겁니다. 저의 19년 직장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던 그분이 다른 상사들과 다른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제가 닮고 싶은 상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1. 권위적이지 않다.

'권위적인 상사'와 '권위 있는 상사'. 말은 비슷하지만 부하 직원에게는 완전히 다른 상사의 모습입니다. 권위적인 상사는 자기의 힘을 휘둘러 군림하려 하지만, 그런다고 리더십이 생기지 않습니다. 억지 복종이 강요될 뿐이죠. 진정한 권위는 부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부여할 때 빛을 발합니다.


강조할수록 힘을 잃는 말


직장에서 권위적이지 않은 상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상사들은 권위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척'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지금 얘기하고 있는 A팀장은 전혀 권위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편하게(?) 상대해도 될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자기가 윗사람이라고 상석에 앉으려 한다거나 은근히 상사 대접을 기대하는 그런 속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A팀장에게 결재를 받을 때는 뻘쭘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앉는 것이 규칙이었습니다. 그렇게 부하 직원의 입장을 배려하고, 질책하기보다는 의견을 존중해 주는 리더였습니다.


그분의 원래 성품이 권위적인 것과 거리가 먼 것인지, 아니면 노력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 속마음에 다름이 없었고, 그런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척'하는 상사와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상사라는 존재는 본질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편치 않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A팀장처럼 권위적이지 않는 상사가 되고 싶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떠받들어 주는 것에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그런 대우를 당연하게 여긴다면 권위적인 사람이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권위적인 태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부하 직원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상사 본인의 실적과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달리 말해, 권위적인 상사와 일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자발적인 열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문책을 면할 정도가 최대치가 됩니다. 그런 조직의 성과는 따져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조직의 성과가 바로 리더의 실적이니, 본인을 위해서라도 권위적인 성품은 버려야 합니다.


2. 일을 잘한다.

제가 정의하는 '일을 잘 한다'는 말의 뜻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구체적인 실무까지 파악하고 있어서, 올바른 추진 방향을 제시하고 마찰 없이 해결책을 실행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없는 상사는 결정을 못 내리는 '우유부단형'이거나 자신의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갈팡질팡형'으로 나뉩니다. 일의 의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르니 그럴 수밖에요. 실무 능력이 부족한 상사는 현실성 없는 지시를 내리기 십상입니다. 어느 쪽이든, 일을 잘하지 못하는 리더는 실무자들을 힘들게 만드는 공통점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A팀장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큰 그림을 보는 능력'과 '실무 능력', 이 두 가지를 겸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를 별다른 동요 없이 쉽게 풀어 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무자는 걱정을 덜고 팀장을 믿고 따를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A팀장과 함께 하던 시기는 저의 직장 생활에서 가장 버거운 임무가 부여된 시기였습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헤쳐나가기 힘든 상황이었죠. 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상사와 동료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사람만 괜찮으면,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한 경험이었습니다.


반복하는 말이지만, 회사는 결국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그냥 '맘 좋은 사람'으로 끝나기 마련이죠. A팀장은 '일도 잘하는' 맘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3. 책임진다


K부서장 : (C팀장과 J사원에게) ○△자료 좀 정리해 줘
C팀장 : (J사원에게) 들었지? 전산시스템에서 □□ 조건으로 검색해서 엑셀로 만들어 드려.
J사원 : (C팀장에게) 기간 없이 검색하면 결과가 너무 많을 텐데요?
C팀장 : (J사원에게) 그냥 그렇게 해!
(검색 결과를 받은 K부서장이 다시 돌아와서)
K부서장 : 아니, 예전 거는 필요 없고. 올해 자료만 달라니까!
C팀장 : (J사원에게) 내가 올해 것만 검색하랬잖아!


앞의 대화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 대화는 제가 직접 겪은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옮겨 적은 겁니다. 이 대화에 등장하는 C팀장은 자신의 위기을 모면할 수 있다면 서슴지 않고 부하 직원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사람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말을 바꾸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막상 당해 보면 정말 어이없습니다.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_ 영화 <베테랑> 중에서


C팀장과는 반대로, A팀장은 책임질 줄 아는 리더였습니다. 본인이 승인한 일이든 부하 직원이 알아서 진행한 일이든,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는 상황에서 책임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팀 외부에서 날아오는 문책을 부하 직원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이 감내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선 문제를 해결해 놓고 부하 직원의 잘못이 있으면 차분하게 지적해 줬습니다.


이렇게 보호막이 되어주는 상사에게 존경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부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상사의 권위를 부여하는 거죠. 이런 상사가 지시하는 일은 거부감 없이 실행할 수 있습니다.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철저하게 일을 하게 됩니다. 나아가, '나랑 같이 좀 일하자'라는 A팀장에 부탁 같은 지시에 조건 없이 동참할 수 있었던 거죠.




사족.

만일, 당신의 부하 직원이 당신에게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조용히 반성할 일입니다. '왜 나에게 존경심을 보이지 않느냐'라고 따지는 것은 자기가 아둔한 인간임을 증명하는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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