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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이응 Jan 09. 2018

당신에게

바람이 찬 날 시를 한잔 해봐요
가슴이 시린 날 따뜻한 정종 한잔해요
 
 첫눈이 내리면 가던 길 멈추고서
 길에 내린 하얀 고백들을 들어봐요
 
 마음이 따뜻한 날 까맣게 쓴 에스프레소.
 한 잔 해봐요
 
 비가 내리면 우산을 접고
 길에 내린 눈물 손으로 닦아줘요
 
 마음이 슬픈 날 첼로연주곡 한잔해요
 눈물 없는 당신 위해 대신 잘 울어 줄 거예요
 
 안개가 무겁게 앉은 날
 책을 볼 수 없으니 일어나 내 눈을 닦아줘요
 생각보다 글이 잘 읽혀요
 

이제,
당신 그만 일어나요 밖에 무지개가 떴어요

거짓말 한다고 하지 마요
정말 이예요
내가 무지개 한잔 담아 올게요 기다려요
다시 잠들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요



생각해본다.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어제도 새벽까지 일하고 제일 먼저 일어나 홀로 출근을 하는 남편은 언제 제일 많이 웃을까? 둘이 처음으로 만난 날. 내가 물었다. 언제 제일 행복하냐고. 첫 만남에 그런 걸 묻는 여자는 처음이라며 선뜻 답을 하지 못하다 회사에서 인정 받을 때 조금 행복한 것 같다 말했다. 8년전이나 지금이나 답을 하면 똑같을까? 회사에서 평가를 늘 최고로 받아온다. 7년동안 살면서 나와 나누는 대화들은 점점 1차원적이기만 하다. 아이들은 담배냄새 난다며 아빠뽀뽀를 피한다. 그의 입술이 바짝 말라 갈라졌다. 집에서 보는 내 남자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내년에 육아 휴직을 하고 좀 쉬고 싶다는 그. 나도 그가 좀 쉬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를 위해 그와 동일한 방식은 아니겠지만 하기 싫은 일도 해야겠다. 그리고 내 방식으로 그를 안아주어야겠다. 그의 손에 쥐어진  차가운 6펜스를 잠시 놓고 저 멀리 둥근 달을 잠시 함께 보자고 손을 잡아 주어야지. 잠깐은 그래도 된다고. 달도 참 따뜻하다고 말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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