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말했지_4
7월 한 여름날, 그리 무덥지 않게 여름바람이 살랑 불어오고 있었다.석이와 손을 잡고 바람이 유독 더 세게 느껴지는 아파트 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여름에 불어오는 바람결이 석이에게 다가왔나 보다.
“엄마,바람이 인사하네~”
“그래?바람아~ 안녕~”
“바람아 안녕~”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말하지 못해도, 딱딱한 장난감이라도, 멀리 있는 달님 별님도, 불어오는 바람에도 인사하는 너.
퇴근길, 가끔 더위가 숨는 밤에 몰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아 양팔 벌리고 손가락 펼치면 손가락 틈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결이 내 피부에 입맞추며 지나갔다. 정말로 바람이 내게 인사하러 오는 것일까? 내게 안녕하냐고 난 늘 안녕하다고 그러니 너도 안녕하라고 인사해주는 듯하다. 그때마다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진다. 바람이 지나가며 말해준다. 이게 행복이라고....
나는 석이에게 양팔 벌리고 손가락을 활짝 펴보라고 했다.
“석아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지?”
“응~시원해~”
우린 아파트 앞 딱딱한 아스팔트 위를 걸어가며 산 정상에서 있는 듯 양팔을 벌리고 고개를 한껏 젖혔다.
석 25개월 2014.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