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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니 Sep 26. 2021

90년대생 자퇴생 1. 나는 왜 학교를 그만뒀나

"아 제가 고등학교를 안 다녀서요"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비단 대학 시절의 이야기뿐 아니라 중고교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그러다 보면 꼭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특히 대학 시절이나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그런 일이 더 많았다.


그러면 꼭 이어지는 다음 질문이나 반응-

한국에서 홈스쿨링 한 사람 처음 봐요
영재였어요?
사고 쳤어요?
친구는 어떻게 만났어요?
부모님이 허락을 해주셨어요?


일상생활에서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면접장에서 받은 질문은 더 적나라하다.

학교를 안 다녔다니, 친구 없죠?
사회성 떨어지는 거 아닌가요?
협업을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상처를 주려고 악의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을 처음 봤기에 낯설어서 혹은 신기해서 나오는 반응 들일뿐.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 당사자는 조금 다른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저 조금 다른 선택을 한 것뿐인데


사회성을 의심받던 사회 초년생을 거쳐 현재의 나는 어느덧 세 번째 회사를 다니는 사회생활 n 년 차의 K회사원이자 한 살짜리 아기의 엄마평범한 30대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왜'


학교에 적응을 못한 것도 아니고 중학교를 다니는 내내 반장이기까지 했으면서 중학교 2학년 2학기, 나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나


엄마 나 좀 안 행복한 것 같아,
뭘 하고 싶은 지 잘 모르겠어


사실 이 한마디가 나의 홈스쿨링 여정의 발단이라면 발단이었다.


다양한 방식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를 둔 덕에 어린 시절 국영수 위주의 학업을 위한 사교육보다는 영어 연극, 어린이 신문사, 독서지도 등 체험 학습 위주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중학교에 가니 그래도 영어, 수학은 해야 하지 않겠나 하여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요즘은 폐지 논란도 있었지만 당시엔 특목고 열풍이 뜨겁던 터라 단과 학원임에도 무척 빡빡하게 공부를 시키는 분위기였다.


때마다 쪽지시험을 보고 밤늦도록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심지어 몇 달에 한 번은 0교시 새벽 수업을 하고 학교에 간 적도 있다.


그러고 등교를 할 때면 정말 예민이라는 것이 폭발하기 일쑤였다.


절대적으로 잠이 많았던 지라 잠을 덜 자는 것도 매번 중간고사, 기말고사, 학원 시험에 스트레스받는 것도 모두 중학생인 나를 너무 지치게 했다.


뭐 엄청난 뜻이 있어 공부를 위해 열의를 불태우던 성격도 아니지만 그냥 다니던 학원이 그랬고, 남들도 다 이 정도는 하니까 라는 생각에 다녔던 것 같다.

(물론 학원 끝나고 친구들과 5분 10분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가는 그 시간이 무척 재미있기도 했다)


사실 나는 행복하지 않다던 저 말을 하던 순간이 크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마 무척 심각하게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지 싶다.


다만 당시의 나는 무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내가 뭐가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외고에 가면? 좋은 대학을 가면? 그럼 그다음엔?


나의 행복하지 않다는 투정이 엄마에게는 적잖이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나에게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고 고민을 시작했고 종래에는 홈스쿨링이라는 결정에 이르게 되었다.


공부는 수단일 뿐인데 수단이 목적을 엎어 버린 듯한 모습처럼 느껴져서.


지금 생각해보면 내려놓아도 됐을 법 한데 잘하고 싶었던 욕심 때문에 유독 힘들었던 거다. 하지만 그 당시엔 정말 행복하지 않았고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흐릿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많이 이상주의적이지만 그때의 나는

행복해지려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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