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자퇴생 2. 왜 '중학교'를 자퇴했나
⁷고등학교는 안 가고 싶었어요? 중학교는 너무 이르지 않나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왜 하필 중학교였나?
초등학교, 고등학교 아니고 왜 하필 중학교, 그리고 왜 하필 중2 그 시절 그만두었나에 대해서.
사실 초등학교 때에 홈스쿨링을 고민하지는 않았다.
으레 남들도 다 다니니까, 의무교육이니까, 학교는 가야 하는 거니까 자퇴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중학교 역시 사실은 이미 입학했고 벌써 2학년이나 되어서 꼭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나 경시대회 등을 위한 빡빡한 사교육을 해보지 않았던 나는 중학교를 가면서 처음으로 공부를 위한 학원을 다녔다.
사교육의 세상에 처음으로 던져진 나는, 힘들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 굴레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것 같다.
요즘은 중학교 1학년 시기가 자율 학기라고 오히려 부모님이 아이들이 학제 상 공부를 하지 않아 걱정한다고 하는데,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사교육 그리고 연 4번의 시험 내신관리 자체가 힘들었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어 하고 펑크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은 어릴 때부터 강했던 지 못하는 게 싫었던 나의 성미도 그러한 내신관리 학제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중학교 때 그만둔 건 지극히 리스크 줄이기
였다.
당시 대안 교육 업계에 계시던 분이 고등학교를 안 가고 자퇴했다가 안 맞으면 Time loss 지 않겠느냐, 1년을 꿇어야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부모님과 치열한 고민 속에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는 심정으로 중학교를 그만뒀다.
의무교육은 자퇴가 불가능하다.
처음 학교와 상의를 하던 시절 알게 된 점은 의무교육은 자퇴가 불가능하며 의무교육을 받지 않는 가정에 일정 수준의 페널티 벌금도 있다는 것.
(현행 제도는 확인 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하여 나는 당시 반장이었음에도 담임에게 상의 후 3개월 무단결석 후 제적을 당했다.
그것이 유일하게 의무교육인 중학교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중학교 시절이 적절했던 시점인 것 같으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사람마다 지극히 그 시점의 적절성은 다르다고 조언할 것이다.
다만 나에게는 리스크는 줄이면서 어느 정도의 자기 컨트롤이나 계획이 가능했던 중학교 2학년 시절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가도 아마 같은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교우관계를 쌓은 이후의 자퇴가 조금 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친구들 중학교 친구들 20여 년이 흐르고 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잘 만나고 지내고 있기에 큰 자산이자 나의 safety net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모두의 상황은 다르다. 그리고 정답은 없다.
다만 적당히 내 선택을 할 수 있는 청소년이자,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에 적당한 시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