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키워드를 많이 남겼던 첫 회식 이후로도 첫 직장의 회식은 여러모로 괴로웠다.
필자는 술이 그렇게 약한 편도 아니고 싫어하는 편도 아니지만 일주일에 1-2회에 달하는 회식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지치게 했다.
술과 참 친한 직종이어서 그런지 이런 이유로 회식 저런 이유로 회식하다 보면 적어도 주 1회 이상의 회식자리가 마련되었다
12시 정도까지 이어지는 회식에 그다음 날 7시 반 출근을 하려니 술의 문제가 아니고 잠과의 싸움 피로감과의 싸움이 되었다.
사회초년생 시절이었다 보니 '그래야 하는 거니까'로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조금은 부당함이 있는 상황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내가 그런 말을 할 짬이 안되니까' '원래 다 이렇게 사는 거일테니까'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몇 달을 이어가다 보니 정말 체력적 한계에 달했다.
있는 회식을 빠질 수도 없앨 수도 없었던 사회 초년생은 머리를 굴렸다.
기본 조건은
회식을 없앨 수는 없다
회식을 빠질 수도 없다
회식이 있어도 다음날 7시 반 출근을 해야 한다
술을 아예 안 마실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한 타협점은
없앨 수도 빠질 수도 없다면 회식을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유도한다
술을 아예 안 마실 수 없다면, 동기들과의 연대 책임으로 끊임없는 '짠'을 유도한다.
(다 같이 마시는 거보다 상사 한 명을 공략하는 것이... 쉬워 보였다)
물론 이 타협점을 실현하기 위해서 동기들 간의 끈끈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동기들이 어느 정도 술을 마셔줘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다행히도 이 조건들이 모두 부합했던 지라, 동기 5명 중 필자를 포함한 3명은 이 합동작전을 매 회식 실행했다.
생각보다 이 작전은 통했고, 2-3달의 시행착오 끝에 '짐승 세 마리'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회식 10시 마치기 작전에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상급자들은 알면서도 사회 초년생들의 귀여움에 넘어가 주었지 않나 싶다.
조직마다 매우 다르겠지만, 사회초년생의 무기는 귀여움이지 않을까 싶다. 어수룩하면서도 패기로 보여주는 용기. 꼭 무조건적 반기를 들지 않아도 타협점을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