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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Jul 22. 2016

윗분들의 민낯, 영화보다 추악한 현실

민중 개돼지라는 나향욱과 성매매 의혹 이건희

민중을 개·돼지에 비유했던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에 대해 파면 결정이 떨어졌다. 지난 19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의결이다.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등을 거친 고위공무원이다. 사실 그의 발언을 처음 접했을 때 기가 차기는 했으나 그다지 화가 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1% 안에 드는 그네들의 속마음이 그럴 것이라 미루어 짐작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본심을 감추지 못하고 기자들 앞에서 “신분제를 공고화 시켜야 한다”고까지 말한 그를 용감하다 해야 할지, 어리석다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기획관으로서는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명대사를 빌어 소신을 밝혔을 뿐인데 직업과 명예를 동시에 잃었으니 말이다.


21일 밤 영화 같은 사건이 하나 더 터졌다. 글로벌기업 삼성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다. 영상의 배경은 이 회장 자택이다. 공식석상이 아니라 사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몰래 촬영했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와 결이 다르기는 하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상은 충격적이다. 성관계를 암시하는 대화가 오간 뒤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여성들에게 차례로 돈봉투를 건넨다. 특히 한 여성에게는 “오늘 수고가 많았다”며 노고를 치하한다. 마치 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훈화말씀 같기도,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세뱃돈을 주며 건네는 덕담 같기도 하다. 성매매가 불법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기묘한 풍경이다.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보도에 다시금 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영화에도 대기업 회장이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는 장면이 나와서다. 너무 불편해 영화로만 치부하고 싶었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요즘이다. 영화에선 나쁜 놈들이 모두 벌을 받고 끝을 맺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2013년 별장 성접대 파문에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고 최근에는 변호사 등록까지 마쳤다.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누워있는 만큼 경찰이나 검찰이 성매매 혐의로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실은 영화보다 추악하다. 그러니 베테랑이나 내부자들 같은 현실을 반영한 영화는 나올 때마다 히트다. 그렇게나마 위안을 받고자 하는 심리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7월 22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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