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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May 03. 2016

PPL 계약했다고 연예인 얼굴사진 썼다간 ‘소송’

초상권 사용 반드시 확인해야…고인 퍼블리시티권 인정 판례도 있어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국에 진출한 A사는 최근 남녀 한류스타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에 제작협찬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중국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들이라 드라마가 수출되면 현지 홍보에도 도움이 될 듯 보였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제작사와 협찬 계약을 맺으면 드라마에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었다. 온라인 홍보에 배우들 얼굴을 쓰려면 배우 소속사와 별도의 초상권 계약을 맺어야 했다. 계약 범위를 두고 A사는 고심에 빠졌다.


최근 제품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가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이를 둘러싼 분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제작협찬을 한 로만손의 보석브랜드 제이에스티나와 송혜교씨가 대표적인 예다. 양측의 논쟁에는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는 PPL 계약에 전속모델 계약까지 얽혀있어 복잡한 상황이다.


송혜교씨와 제이에스티나의 모델 계약은 1월부로 만료됐으나, 이 회사는 4월에도 송혜교씨의 사진을 홍보에 활용했다. ‘태양의 후예’의 인기가 전에 없이 뜨거웠던 탓이다. 송혜교씨 소속사인 UAA는 모델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초상권을 썼다며 3억원의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냈다. 송혜교씨 측 법률대리인인 더펌 정철승 대표변호사는 “제이에스티나가 PPL 계약을 맺은 주체는 드라마 제작사다. 배우 초상권은 별개다. PPL 계약을 할 때 작품과 배우를 따로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추가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2일 오후 정 변호사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드라마 제작사와 제작협찬 계약을 맺은 제이에스티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이에스티나는 “초상권자에게 드라마 장면 사용에 대해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거액을 주고 제작지원을 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계약서 중 일부도 공개했다. 그러나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공개한 것이 밝혀지며 역풍을 맞았다.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제이에스티나 관계자는 2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초상권 침해 건과 관련해 더 이상 언론에서 분쟁하지 않기로 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제이에스티나가 공개한 제작사와 PPL 계약서 일부<사진=제이에스티나>


법정 판단은 계약서 조항을 뜯어봐야 알겠지만, PPL 계약 관행으로 보자면 제이에스티나에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PPL을 진행 중인 가구회사 B사 관계자는 2일 중기이코노미에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뷰티 프로그램 제작사와 PPL 계약을 맺었을 당시 해당 연예인 이름이나 얼굴은 제품 홍보에 쓸 수 없었다. 초상권 계약은 소속사와 따로 맺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방송 화면을 온라인에서 홍보할 때 해당 연예인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뒷모습만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주목도 높은 연예인의 얼굴이나 이미지를 제품 홍보에 활용하는 것이 스타마케팅의 기본이다. 기업들이 CF모델 기용에 수억원을 쏟아붓고 PPL 활용에 열을 올리는 건 그만큼 효과가 있어서다. 최근에는 홍보 채널이 다양해지며 논란의 여지도 커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연예인의 개인 SNS 계정에 제품 홍보를 하려면 사진 한 장당 수백만원의 광고비를 줘야 한다.


쟁점은 퍼블리시티(publicity)권이다. 유명인의 이름이나 얼굴, 목소리,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다. 퍼블리시티권은 법률에 명문화돼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 따라 법원의 판단도 달리 나오고 있다.


2012년 민효린과 유이는 자신들의 사진을 병원 홍보에 활용한 의사 이모씨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연예인 이름과 사진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를 통해 피고가 수익을 얻었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며 원소 패소 판결했다. 반면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한 가수 수지는 1심에서 졌지만 2심에서는 일부 승소했다. 아직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없는 상태다.


퍼블리시티권은 사후에도 유효하다는 판례도 있다. 고인의 얼굴이나 이름을 함부로 제품이나 홍보에 썼다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미다. 상품권 발행업체인 C사는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소설가 이효석의 초상과 서명을 무단으로 제품에 썼다가 유족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당시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이 재산권에 가까운 점에 비춰봤을 때 상표법이나 저작권법과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도 상속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효석의 유족이 최종적으로 재판에서 이기지는 못했다. 퍼블리시티권의 존속기한을 무한정 인정할 경우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모든 상업적 행위가 후손들의 동의를 필요로 하므로 기한을 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을 저작자가 사망한지 5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퍼블리시티권도 마찬가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결했다. C사가 이효석 상품권을 발행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4년으로, 이효석이 사망한지 62년이 지난 해였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5월 3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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