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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Aug 08. 2016

VR, 어른들의 무서운 장난감

게임·교육·훈련·스포츠 활용 무궁무진…“인간관계 소원” 우려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이벤트였다. 지난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등장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7 언팩 행사 자리였다. 삼성전자 행사장에 오른 그는 “가상현실(VR)이 차세대 플랫폼”이라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은 VR업체 오큘러스를 자회사로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큘러스와 손을 잡고 신제품 ‘기어VR’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의 연결고리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사장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언팩 행사 무대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VR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VR(Virtual Reality)은 가상현실이다. 말 그대로 현실에 없는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사용자들이 몰입할 수 있게 제공한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을 동원하기도 한다. 보통 VR 체험을 할 때는 눈을 가리는 커다란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Head Mounted Display)를 장착하지만 꼭 HMD를 써야 VR인 것은 아니다. 실제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컴퓨터로 만들어진 환경을 통틀어 VR이라고 한다.


AR(Augmented Reality)은 증강현실이다.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40억달러 수준인 VR·AR 시장 규모는 2020년 1500억달러(17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내방에서 우주여행…PC방 뒤이을 VR방까지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360도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콘텐츠를 여행이나 전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화성 등 우주여행을 콘텐츠로 만들어 체험 상품으로 팔수도 있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런던 영국박물관 등 유명 박물관 내부를 찍어 전시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이다. 문형철 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지식재산전문기업 ㈜윕스가 주최한 가상현실 세미나에서 “전시는 교육시장에도 좋은 콘텐츠다. 유료화도 용이하고 교육기관을 통해 빠르게 보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게임도 파이가 큰 분야다. 컴퓨터게임을 위한 PC방, 닌텐도 위 등 콘솔게임을 위한 멀티방에 이어 ‘VR방’을 준비 중인 기업도 있다. 스타트업 와우인사이트는 서울 강남역 부근에 국내 1호VR방 개점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의 ‘기어VR’이나 오큘러스의 ‘리프트’ 같은 VR기기를 비치해놓고 게임이나 탐험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뜨거울 전망이다. 한류스타 콘서트를 VR콘텐츠로 제작하는 일이다. 지금도 한류스타 공연을 보기 위해 수많은 한류 팬들이 한국을 찾는다. 한류스타 공연과 한국관광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도 있다. VR콘텐츠가 제대로 만들어지면 이들이 한국에 오지 않고도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실제만큼의 생생한 현장감이 필수적인 요소다.


이미 업계에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VR 중소기업 에프엑스기어는 스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겨냥한 엔스타(N-Star)서비스를 지난 6월에 출시했다. VR기기를 착용하고 엔스타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영상 속 스타가 자신에게 직접 말을 걸어주는 느낌을 주는 콘텐츠다. 실제 스타가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네이버가 연예인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는 ‘브이 라이브(V LIVE)’ 서비스의 3D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문형철 교수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막상 체험해 보면 다르다. VR 속 스타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든다. 타깃 층에게는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EC3의 ‘비텔리’는 야외 영상을 보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서비스다.<사진=비텔리 유튜브 영상 화면>


헬스와 스포츠에서도 활용할 여지가 많다. 스크린골프, 스크린야구처럼 VR을 활용해 실내에서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국내 중소기업 EC3의 ‘비텔리’는 실감나는 실내자전거 서비스를 내놨다. 피트니스센터에 있는 실내자전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러닝머신처럼 움직이는 바닥에 실제 자전거가 있고, 페달을 굴리면 운동이 된다. 화면에서 오르막길이면 바닥도 자동으로 경사져 오르막 느낌을 준다. 영상은 국내 명소를 직접 촬영해 코스로 구축했다. 코스는 점차 늘려나갈 생각이다.


전자부품연구원 정광모 센터장은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이 있다. 게임 때문에 현대인의 운동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라면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오락성과 운동효과를 모두 갖춘 가상 스포츠가 미래 경쟁력이다. 스포츠가 가상세계로 이동하면서 전자오락과 운동경기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간, 비용 문제로 실제 훈련이 쉽지 않은 분야에선 VR을 가상훈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헬기 조정 시뮬레이터의 경우 실제훈련에는 시간당 2000만원이 들지만 VR시뮬레이션은 100만원이면 된다. 제조업 분야에선 가상 용접 훈련을, 광산회사에서는 가상 채굴 훈련을 하고 있다. 원전 등 안전이 요구되는 시설에서는 가상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정 센터장은 말했다.


울렁증 극복 필수…현실 소통부족 심화 우려도 


장밋빛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VR의 하드웨어 문제는HMD를 장착했을 때 나타나는 울렁증과 어지럼증이다. VR로 롤러코스터를 탄다고 가정해 보자. 사용자의 눈앞에는 아찔한 내리막이 펼쳐져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지만 실제 몸은 정지 상태다. 둘 사이에서 오는 불균형이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VR어지럼증을 완화하기 위한 멀미약까지 나왔을 정도다.


HMD가 무거워 오래 착용하기 힘든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벼워서 오랫동안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은 해상도가 떨어지고 VR 시야각도 좁다.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해상도를 높이고 시야각을 넓히려면 다시 복잡하고 무거운 기기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둘 모두를 충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휴머니즘 상실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도 있다. 생생한 가상현실을 제공하는 VR이 활성화되면 실제현실에서 인간관계는 더욱 소원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끊이지 않는 이슈다. 2000년대 인터넷이 그랬고, 2010년대 스마트폰이 그랬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빠져 실제 인간관계보다 온라인 상에서의 관계에 익숙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VR은 몰입도가 높은 만큼 중독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기이코노미 2016년 8월 4일자, 월간 <BIZART> 8월호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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