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원 Jun 23. 2016

코카콜라 제조법 130년째 '영업비밀'

영업비밀 유지 vs 특허출원…득실따져 판단해야

1886년 미국에서 태어난 코카콜라에는 특별한 점이 한 가지 있다. 130년째 이 콜라 제조법이 영업비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콜라 맛을 결정하는 재료 배합 비율은 극소수의 임원들만 알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패트리샤 시마오 사토리어스 중소기업국 프로그램 기획조정관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영업비밀 유지에만 수백만달러를 쓰고 있다. 사토리어스 기획조정관은 20일 특허청이 주최한 국제 IP 행사에서 “코카콜라는 미국에서도 세 곳의 특정한 공장에서만 제품을 생산한다. 콜라를 병에 담는 생산자도 정해져있다”고 했다.


제조법을 지키기 위한 코카콜라의 전략은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 특허청 권오정 전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에 따르면, 코카콜라 제조법이 담긴 문서는 은행금고에 있다가 지금은 코카콜라 박물관 금고에 보관 중이다.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는 제조법을 영업비밀로 철저하게 관리한 덕분이라는 것이 권 전 국장의 설명이다.


코카콜라에도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2006년 인도에서는 코카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며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해 8월 인도 대법원은 코카콜라에 상세 재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코카콜라는 제조법 공개와 인도시장 철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으나, 인도 정부와의 화해로 가까스로 영업비밀을 지켜냈다.


2014년에는 대만 정부의 정책 변경에 따라 제조법 공개요구를 받기도 했다. 대만 정부가 모든 음료에 들어가는 향료와 조미료 첨가물을 표시하도록 식품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등 외국기업들이 반발하자 대만 위생복리부는 독자적인 식품첨가제로 유통되는 제품만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렸다.


코카콜라가 특허 출원 대신 영업비밀 보호 전략을 쓰는 이유는 제조법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특허를 출원한지 1년 반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당 내용이 일반에 공개된다.


방법 특허 공개를 꺼리는 것이 코카콜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제약회사 에보트의 빅토리아 제인 로버트 수석변리사는 이날 행사에서 “방법 특허를 내면 경쟁사에서 제조 과정을 파악할 수 있어 기업들이 꺼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허에는 존속기한이 있다. 출원한지 20년이 지나면 권리가 만료돼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장기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업에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영업비밀 유지 전략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유출됐을시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비밀유지 서약을 깨고 영업비밀을 유출한 직원이나 제3자의 의뢰를 받아 내부 문건을 빼낸 사람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누군가 문건을 빼내 공중에 유포했다면 경쟁사에서 카피 제품을 만들어도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다.


지식재산 전문기업 윕스 김종택 상무는 20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영업비밀이라도 경쟁사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한 것이 아니라 공지된 사실을 활용한 것이라면 부정경쟁방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특허권은 다르다. 재산권인만큼 침해 시 형법이 적용된다. 강력한 정도로 보자면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 순”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기술 공개를 감수하고 특허를 출원하는 것도 그래서다. 공개에 대한 대가로 특허를 출원한 기업은 발명 제품을 독점적으로 제조,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제3자가 무단으로 실시할 경우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쟁사에서 특허를 침해하면 침해금지 소송을 낼 수 있다. 고의로 침해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손해배상 청구까지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영업비밀 유지 전략을 쓰는 기업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특허 출원을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직원 이직률이 높아지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영업비밀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탓이다. WIPO 사토리어스 기획조정관은 “영업비밀 유지가 어렵다면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6월 21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VR, 어른들의 무서운 장난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