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쇄신 ‘글쎄’, 주변상권은 활성화
흥행속도가 러버덕보다 빠르다. 롯데와 송파구가 진행 중인 ‘슈퍼문 프로젝트’ 얘기다. 27일 송파구에 따르면 이달 초 개막한 슈퍼문 프로젝트에는 26일까지 451만명이 다녀갔다. 일평균 방문객수는 러버덕이 16만9000명, 슈퍼문이 17만5000명이다. 이런 흥행 속도라면 다음달 초 폐막 시점에는 6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슈퍼문 프로젝트는 롯데물산과 송파구가 공동 주최하는 세 번째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2014년에는 노란 오리 ‘러버덕’으로 500만명을 불러 모았고 지난해에는 1600개의 판다가 전국을 순회했다. 올해 주인공은 동물이 아닌 보름달 캐릭터다. 러버덕이 전 세계를 돌아 한국에 상륙했다면 슈퍼문은 한국이 최초다.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한국인들을 신기하게 여긴 미국 작가그룹 ‘프랜즈위드유’의 작품이다.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늑대인간 등을 연상시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한국 등 동양권에서는 긍정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 의아했다는 것이다. 지긋이 눈을 감은 채 미소 짓고 있는 슈퍼문은 묘한 안정감을 준다.
슈퍼문을 말할 때 러버덕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롯데물산 홍보팀 최원석 책임은 이날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러버덕 때만 해도 공공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커다란 오리가 있다니 사진이나 찍으러 가자는 생각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1600판다 프로젝트 때는 동물보호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런 게 쌓이니 ‘석촌호수는 이맘때쯤 되면 볼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올해는 추석기간과 겹쳐 시기도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슈퍼문은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진가를 발휘한다. 추석에는 관람객들이 소원을 빌 수 있게 보름달 조명을 금색으로 바꿔 ‘골드문’을 띄웠다. 고백데이라는 9월17일에는 연인들을 위한 분홍색 ‘핑크문’을 띄웠다. 반응이 좋자 28일에는 수능 D-50일을 맞아 한번 더 핑크문을 선보일 계획이다. 매주 금요일은 불금데이로 정하고 보라색 ‘퍼플문’으로 바꾼다. 이처럼 이벤트에 맞게 시시각각으로 작품에 변화를 줘 꾸준히 관람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오리, 판다, 보름달 캐릭터 등 롯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유치하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최원석 책임은 “공공성을 가지려면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쉬워야 한다”면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이런 프로젝트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갔으면 하는 취지”라고 했다. 송파구청 문화체육과 김우진 주무관도 이날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꼭 캐릭터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니나 공공성이 있고 대중들의 호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방향성은 있다. 슈퍼문 프로젝트는 단순히 귀엽다기보다는, 힐링도 되고 감성적인 부분도 충족시키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러버덕 프로젝트 당시에는 롯데월드타워 부실공사 논란이 일었던 롯데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올해도 롯데그룹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검찰이 지난 6월 압수수색을 시작해 지난 26일에는 배임과 횡령 혐의로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그룹 이미지 쇄신이나 매출액 증가보다는 공공성이 강하다는 게 롯데 입장이다. 최 책임은 “롯데와 송파구가 석촌호수 일대를 문화예술, 관광쇼핑 특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민관이 함께 진행하는 만큼 특별히 롯데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프로젝트로 인한 롯데월드몰 매출 증가 효과도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하다”고 했다.
주변 상권은 활기를 띠고 있다. 슈퍼문에 조명이 켜지는 저녁 시간대 석촌호수 주변 커피숍과 레스토랑은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최 책임은 “롯데 계열사인 엔제리너스 커피숍 점주들에게 물어보니 슈퍼문 프로젝트 기간에 매출이 평균 20% 신장했다더라. 특히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매출 증가폭이 가장 높다고 들었다”면서 "석촌호수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끼치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주최 측인 송파구도 유무형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김우진 주무관은 “방문객은 일차적인 지표고 무형적인 성과도 있다. 석촌호수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송파구가 ‘문화 구’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매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