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커피 포화 상태” vs “그래도 팔린다, 계속 생기는 이유있다”
자영업이 위기라지만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호황이다. 빽다방, 쥬시 등 인기 프랜차이즈는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길 정도다. 26일 통계청의 16개 업종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프랜차이즈 산업 매출액은 43조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14.3% 신장한 수치다. 가맹점은 16만6000개, 종사자는 57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각각 10.4%, 12.8%씩 늘었다. 문구점과 자동차수리점을 제외하면 전 업종에서 가맹점 수가 증가했다.
국내에서 가장 가맹점이 많은 업종은 편의점이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가맹점 상위 3개 업종은 편의점(2만6280개), 치킨(2만4329개), 한식(2만2515개) 순이었다. 가맹점 증가률이 두드러진 업종은 커피전문점이다. 2013년 8456개였던 커피 가맹점은 이듬해 1만2022개로 증가했다. 커피는 매출 증가율도 전 업종 중 가장 높았다. 2014년 커피전문점 총매출은 전년보다 51.5% 증가한 2조200억원이었다.
업종을 선택하는 예비창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치킨이나 커피는 포화 상태라고 판단, 요즘 뜨는 아이템의 소자본 창업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불닭(2004년), 베트남쌀국수(2005년), 해물떡찜(2006년), 떡볶이(2012년), 스몰비어(2013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관련, 가맹거래사협회 박수영 이사는 지난해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에서 “지금 뜨는 아이템도 수년 후에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유명한 아이템보다는 앞으로 유망한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랜차이즈는 날지만 자영업 전체는 하락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05년 617만명에 이르렀던 자영업자는 지난해 556만명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도 27%에서 21%로 줄었다.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저하,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줄줄이 간판을 내렸다. 지난 2월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시내 자영업 3년 내 폐업률은 치킨이 38%, 주점은 37%, 카페는 36%였다. 10곳이 문을 열면 이중 3곳은 반드시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경쟁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는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 2월 통계청의 소득분위 이동 자료에 따르면 2011년보다 2014년 소득분위가 상승한 비율은 전체 국민의 23%, 나빠진 비율은 21.8%였다. 나머지 55.1%는 변동이 없었다. 가구주 종사자 지위별로 보니 임금근로자는 소득분위가 상승한 비율이 높은 반면, 자영업자는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3년 전보다 소득분위가 하락한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20.8%였으나 자영업자는 28.4%나 됐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나 무직·학생에 비해 소득 불안정성도 컸다. 임금근로자와 기타(무직·학생·주부)는 소득분위 이동비율이 각각 45.6%, 30.9%였으나 자영업자는 52.1%였다. 현재 소득 수준이 3년 뒤에도 유지될 확률이 절반도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필패(必敗)라고 입을 모은다.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임금근로자 생활을 하다 퇴직금으로 창업을 시작한 경우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창업자의 48.7%는 임금근로자 출신이었다. 창업 준비 기간도 짧다. 201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자의 60.9%는 창업 준비기간이 6개월 미만이었다.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요즘 이게 괜찮다’는 말만 믿고 창업을 하니 치열한 자영업시장에서 도태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서울시에선 자영업지원센터를 열고 예비·현직 자영업자에 정보를 주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골목상권 분석 서비스(golmok.seoul.go.kr)도 열었다. 창업하고자 하는 지역과 업종의 과밀지수를 알려주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의 최근 3년 동안 개업 대비 폐업신고율은 9.3~19.1%다. 평균 폐업기간은 2.5~3.2년이다. 폐업신고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양천구, 가장 낮은 지역은 종로구다. 특정지역과 업종별 과밀지수도 알려준다. 가령 서울 서초구 방배1동에서 치킨집을 열고 싶다고 선택하면 인근지역의 개폐업 증감률과 인근 점포 업종 비율과 평균매출액 등을 알려준다.
이처럼 자영업이 포화상태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주요 치킨 가맹본부 컨설턴트는 “치킨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불경기에도 잘 팔린다. 치킨집이 계속 생기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국내 치킨브랜드는 330개나 된다. 형편 없는 가맹본부도 많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가맹본부를 고르면 실패할 일은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