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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Oct 21. 2016

살아있는 사람부터 챙겨라

韓 자살률 OECD 국가 1위…불평등해소·사회안전망 구축 필요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람을 살리려 만든 스크린도어에서 사고가 나, 올해만 무고한 사람 세 명이 사망했다. 최근 진행된 자살 방지 조치들을 곱씹어 본다. 열차에 뛰어드니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니 옥상 출입문을 잠그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니 다리에 ‘죽지 말라’고 새겨 넣는다. 대구에선 학생들이 자살할까 봐 교내 창문을 20cm만 열리게 조치한 일도 있었다. 단편적인 대책이다. 죽고자 마음먹은 사람은 어떻게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은 공공장소에서 자살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불과하다.


자살이 사회문제로 거론된 지 오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40~50대는 암에 이어 자살이 2위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오래 살기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를 날짜로 나눠 보면 매일 37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률은 26.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2위인 일본(18.7명)보다도 한참 높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사회안전망 미비가 자살로 이어진다고 본다. 가난 자체가 불행은 아니다. 빵이 한 개뿐이라도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 개를 가져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빵 다섯 개 가진 사람이 보여서다. 불행의 원인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주변 사람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한국사회에선 더더욱 그렇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아래로만 내려간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국가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게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자살 문제만큼은 정부가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아이를 낳으라고 하기 전에 일단 살아있는 사람부터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나라에서 어느 누가 아이를 낳아 키울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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