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은 넘쳐난다, 언론의 역할은 견제와 감시일 수밖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에 있는 한국광고주협회가 최근 ‘유사언론 실태조사 결과’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국내 500대 기업 홍보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0%가 “유사언론 행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유사언론행위란 기업과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 반복 게재, 경영층 이름과 사진 노출, 사실과 다른 부정 이슈와 엮기 등이다.
광고주협회는 유사언론에 대한 해결책을 엉뚱한 곳에서 찾았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가 유사언론과 기사 제휴를 해줬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니 제휴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설문의 결과를 인용한 광고주협회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조사기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으리라는 심증은 있다. 불과 한 달전 광고주협회가 자신들도 포털의 뉴스 평가위원회에 넣어달라고 요구했던 탓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광고성 기사를 써줄 매체를 고르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일이다.
일단 광고주협회가 언급한 대로 기사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는 것은 백번 잘못된 일이다. 언론을 무기 삼아 허위사실을 언급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부정 기사를 써댄다면 ‘사이비’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정당한 비판과 맹목적인 비난은 구분돼야 한다.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비판을 하는 매체까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유사언론으로 분류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기자생활을 하며 꽤 많은 비판 기사들을 써 왔다. 항의 전화도 받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를 당한 일도 있었다. 외부에서는 기자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비판 기사를 쓴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누군가에겐 칼이 돼 꽂힐 수 있다는 점을 염두 하며 쓴다. 비판 기사를 쓸 때는 키보드를 치는 손이 덜덜 떨리는 일까지 있다. 그만큼 신중하게 쓰지만 기사가 나가고 나면 어찌됐든 누군가는 속상해하고, 항의를 한다. 불편한 과정이지만 그래도 쓴다. 그게 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인 미디어 시대다. 기자가 정보만 전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소셜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기성 언론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주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마케팅 채널이 늘어나면서 홍보성 정보를 전달하는 글들은 차고 넘쳐난다. 때문에 이제는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게 정보력의 관건이 됐다. 소셜미디어 시대에서 기자의 첫 번째 덕목은 ‘건전한 비판’이라 생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비판 기사가 ‘유사언론의 기업 때리기’로 호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중기이코노미에 2015년 7월 10일 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